죽음을 처리하는 일, 감정을 마주하는 순간

by 봄날의 옥토

금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비빔밥과 잔치국수, 금요일마다 고정된 메뉴다. 아침을 간단히 먹는 편이라 나는 늘 비빔밥을 선택한다.
식사를 마친 뒤, 직원들과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
쿠션을 안고 소파에 앉으면 몸이 노곤해진다. 거의 눕다시피한 자세로 앉아 과자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점심시간은 왜 이리도 짧게 느껴지는 걸까.

오후 근무를 위해 자리로 돌아오니, 내 창구 앞 의자에 중년의 남성 고객 한 분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손에는 두툼한 연갈색 1호 봉투가 들려 있었다.

딩동~
"안녕하세요, 고객님. 어떤 업무 도와드릴까요?"
그 고객은 조용히 내 앞에 앉았다.
봉투를 열어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

"동생이 사망해서 왔습니다."

상속 지급 업무는 보통 직계 존속(부모)이나 직계 비속(자녀)이 처리하러 오기 마련이다. 형제가 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 말은, 직계 존속과 비속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망한 분은 1968년생. 사망하기엔 이른 나이다. 사망진단서엔 병사로 표시되어 있었다.

가족관계증명서, 대리인 위임장, 호적등본까지 서류는 빠짐없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 서류가 많아 훑어보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정당한 권리자에게 상속을 처리해야 하기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망자에게 부모, 배우자, 자녀가 없었기에 호적등본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 형제자매가 상속인의 자격을 갖게 된다.


상속인은 총 세 명이었다.

누나 한 분, 형님 세 분. 그중 한 분이 오늘 내점하신 고객이었다.

형님 중 한 분은 상속을 포기했고, 그에 대한 법원 서류도 함께 제출되었다.

어린 시절 태어나자마자 사망한 누나도 있었기에 호적등본은 조부 기준으로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서류를 챙겨 오셨구나 싶었다.

보통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는 서류를 빠짐없이 준비하기 쉽지 않은데, 고객님 덕분에 오히려 일 처리가 수월했다.


동생과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동생이 먼저 사망하면 어떤 기분일까.

무표정하고 말수가 적은 고객의 모습에서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

본의 아니게 나는 그분의 가족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외롭게 살았을 망자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상속 업무를 처리할 때는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 드리려고 노력한다.


"다 처리됐습니다, 고객님. 통장은 해지되었고, 의뢰하신 계좌로 입금 완료되었습니다."

"벌써 다 됐어요?"

"네, 고객님께서 서류를 잘 갖춰오셔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번거롭게 해드렸는데, 제가 음료수라도 사와야겠네요."

"번거롭다니요.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동생의 사망 이후 복잡한 마음이었을 텐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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