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

by 봄날의 옥토

2주에 한 번씩 꼭 찾아오는 할머니 고객님이 계신다.
특별한 은행 업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늘 예금을 확인하러 오신다.
혹여나 예금이 없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분이다.

입구에 들어서서 번호표를 뽑고 대기 의자에 앉으면, 직원들은 '또 오셨네.'하고 낮은 한숨을 쉰다. 까다로운 성격에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되묻는 분이라 대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가 어두우셔서 간단한 대화도 직원이 큰 목소리로 몇 번을 외쳐야 하므로 에너지 소모가 큰 고객이다.

오늘은 내가 그분과 거래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들과 함께 내점했기 때문에 한결 수월했다.
어머니의 별난 성격을 잘 아는지, 중간에서 통역 아닌 통역을 해주었고 어머니가 짜증을 낼 때마다 차분한 목소리로 나의 얘기를 잘 전달해 주었다.

"어머니가 예전엔 안 그러셨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하시네요."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할머니의 불안은 단순한 집착이 아니라, 나이 들며 점점 커지는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반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 근무하는 이 지점에서만 세 번의 근무를 했다.
20년 전, 10년 전, 그리고 지금.
단골 고객이 많다 보니 20년 전에 거래하던 고객들도 여전히 찾아오고 계신다.
사람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 그분들을 보면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20년 전 40-50대였던 분들이 이제는 60-70대가 되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많이 묻어난다.

그런 고객을 한 분 한 분 관찰해 보면, 예전보다 더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고집이나 아집이 더 세어진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을 보며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떻게 늙어갈까.
나만의 세계에 점점 갇혀갈까.
아니면 세상을 향한 마음을 더 넓혀갈 수 있을까.

은행 창구 너머로 보이는 건 숫자만이 아니다. 그 너머엔 삶의 흔적, 관계의 온기, 그리고 나의 미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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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