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부부

by 봄날의 옥토

“어서 오세요, 고객님.”

“네, 안녕하세요. 예금이 만기가 되어서 왔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부부가 내 앞에 앉으셨다.

신분증을 받아보니 85세와 80세.

두 분은 각자 통장과 도장을 꺼내 창구 위에 올려놓으셨다.


“어떻게 처리해 드릴까요?”

“요즘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요. 병원비랑 생활비로 써야겠어요. 다 해지해서 이 통장에 넣어주세요.”


연세가 많으니, 돈이 들어갈 일이 많을 테다.

우선 보이스피싱이나 금융 사기의 조짐은 없는지 문진표를 받으며 꼼꼼히 확인했다.

요즘은 직원과 고객이 함께 대화하고 문진표·전표를 작성하는 절차가 많다.


아내가 문진표를 적는 동안, 남편이 작은 목소리로 한 글자씩 읽어준다.

남편이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아내가 그의 말을 또박또박 전달해 준다.


“두 분, 함께 다니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하하, 다들 우리가 잉꼬부부인 줄 아는데 사실은 아니랍니다.

나는 눈이 어둡고, 남편은 귀가 어두우니 서로 도우려면 같이 다닐 수밖에 없어요.”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서로를 챙기는 작은 몸짓마다 애틋함이 묻어났다.

사소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두 분의 미소는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적어도 50~60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왔을 텐데,

어쩜 이토록 서로에게 든든한 벗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한 사람의 귀는 둔해지고, 다른 한 사람의 눈은 흐려졌지만,

그래서 오히려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동반자가 되어준 것은 아닐까.

이대로 오래오래 건강히, 아름답게 여생을 보내시길 바란다.


“세심하게 살펴주고 친절히 응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두 분의 따뜻한 인사에, 오히려 내 마음이 더 환해졌다.


문득 요즘 들어 조금은 소원해진 남편과의 관계가 떠오른다.

나는 휴대전화 화면을 켠다.

그리고 짧은 메시지를 남긴다.


“점심 맛있게 먹고, 오후 시간 잘 보내.”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