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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Apr 12. 2024

마트가 우리에겐 박물관이다

주간 여행 에세이 33

 여행과 맛있는 음식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긴밀한 사이다. 그렇지만 여행과 요리는 편한 관계는 아니다. 보통 여행은 한 도시에 짧게 머무르고, 그 여행지의 맛집들을 방문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여행지에서는 주방과 기구가 제대로 갖추어진 숙소를 항상 기대할 수는 없다. 거기다 요리를 하려면 일단 식재료를 사야 하는데 타지의 식재료는 평소에 사던 것과 다르고 양도 한 두 번 요리하기에는 많다. 그렇지만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는 장기 여행을 할 때 요리를 해 먹는 것은 제법 재미있는 경험이다. 이 글에서는 여행을 하며 요리를 하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여행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현지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여행 전에 일정과 동선에 맞추어서 맛집들을 찾는 것은 여행 준비 중 제일 흥미로운 파트다. 그렇지만 한 도시에 4-5일씩 머무른다면 얘기가 다르다. 모든 끼니에 식당을 갈 만큼 맛집도 많지 않고 가격도 부담된다. 하루 한 끼 정도는 현지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를 하면 식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인건비가 높은 유럽과 같은 국가들에서는 식당 가격과 마트 가격이 정말 차이가 크다. 영국에서 식당에 앉아서 메뉴 하나에 맥주 한 잔을 시키면 3 만원은 우스울 정도로 비싸지만, 소고기나 맥주 등의 마트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하다. 저렴하지만 푸짐하게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요리가 제격이다.

대파제육과 쌀밥 / 페루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한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한식을 찾게 된다. 그렇지만 한식당이 여행지마다 모두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식당들에 비해 비교적 비싸기에 방문하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때 직접 요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필요한 것은 한국의 향신료다. 간장이나 고추장만 있으면 충분하고, 고춧가루나 참기름까지 있다면 무엇이든 요리할 수 있다. 가방 한편에 이런 향신료를 잘 모셔둔다면 여행 내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향신료들을 여행지에서 구매해도 된다. 간장은 현지 마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아시안 마켓을 찾아가면 (한국 라면을 포함해) 다양한 제품을 구할 수 있다. 요리를 잘 못하더라도 닭볶음탕처럼 재료를 몽땅 넣고 푹 끓이는 요리는 실패 염려가 적고, 초보용 요리 유튜브 영상도 워낙 많아 충분히 할 수 있다. 긴 여행 중 칼칼하고 감칠맛 가득한 한식이 당길 때 요리를 하고 현지 술을 곁들이면 특별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오겹살수육과 겉절이 / 콜롬비아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마트가 우리에겐 박물관이다.‘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현지인이 이용하는 마트를 방문해 둘러보는 것은 여행에 깊은 맛을 더 한다. 어떤 식재료를 먹는지, 고기는 어떤 식으로 잘라서 판매하는지, 즐겨 먹는 과자와 음료 혹은 술은 어떤 것인지 마트만 방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에 방문하는 것 이상으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알 수 있고 흠뻑 빠질 수 있다.


 관광지에 가면 쿠킹 클래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지역에서는 무슨 요리가 유명한지, 어떤 스타일로 요리를 하는지 배우고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수업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유튜브를 보면서 셀프 쿠킹 클래스를 할 수 있다. 외국 요리 유튜브를 보면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에서 요리를 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유튜브에 나오는 재료를 그대로 사서 직접 해보면 정말로 현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까르보나라 / 이탈리아

 의식주 중 하나인 식. 맛집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여건이 된다면 요리를 통해 여행지의 식문화를 더 깊고 풍성하게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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