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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Feb 24. 2024

지적으로 게으르다

주간 여행 에세이 26

 나라 밖을 여행하면서 한국에 있을 때 보다 한국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다른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한국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밖에서 한국을 바라보면 조금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일런지도. 마치 높은 산 위에 올라가면 한눈에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남미를 여행하는 중에는 한국이 얼마나 훌륭한 나라인지에 대해 싫어도 알게 된다. 조건이 좋지 못한 국가들과 비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절대적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나라다. 한국 안에서는 그 사실을 지식으로서는 알 수 있지만 깊게 체감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나와서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그 사실을 실감한다. 그런데 그런 실감을 할 때마다 머리 한편에 드는 의문점이 있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왜 그리 힘들까. 다들 행복하지 못할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이에 대해서 여행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여러 답을 내리곤 했다. 그 답들을 요약하자면, “지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이다. 어휘가 다소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빨리빨리 하고 부지런하다. 그렇지만 깊게 생각하는 것은 서투른 듯하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가장 쉬워 보이는 해결책을 선택한다. 남들이 모두 정답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잘 따르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문제들이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문제라면, 괜찮다. 그런데 내 인생이라는 문제에 대해서조차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하지 않는다.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시적으로 답을 찾더라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번복하고 수정해 나갈 문제다. 정말이지 골치 아프고,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그것이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그렇게 해서 정말로 행복하다면 더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대체로 그러지 못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직접 찾지 못한다. 찾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돈으로 귀결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 돈이다. 그렇지만 목적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돈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듯하다.


 현실이 어렵기 때문에 돈을 좇으며 살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는 반론이 쉽게 생각난다. 언뜻 생각하면 그런 것도 같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무엇이 살기 어렵지? 만약 선천적인 문제가 있거나 빚을 가진 채로 태어나는 등 아주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라면 이해한다. 그렇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저시급을 받아도 먹고사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는 없다. 현대 한국인 중 굶어 죽는 것, 추위로 얼어 죽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현대 한국인의 문제는 먹고 자고 입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려운가. 남들만큼, 남들보다 많이 버는 것. 그것이 어렵다. 좇아야 할 다른 가치가 없기 때문에 돈을 좇는다. 그러니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그렇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소수다. 상위 10%가 될 수 있는 사람은 10% 뿐이다. 이루지 못한 다수는 힘들 수밖에.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은 대가는 혹독하다.


 다 적고 나니 한국 사회에 대한 대책 없는 비현실적인 비판처럼, 혹은 배부른 투정처럼 들린다. 정직하게 말하자. 나는 내 눈길이 닿지 않는 일반 대중에게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 나는 그저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니 이 글은 누구보다도 나를 향한 말이다. 다짐이다. 내가 힘들 때는 언제나 생각하기를 멈출 때였다. 언제나 생각을 멈추지 않기를, 부지런히 사고하여 내 인생을 내가 살아가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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