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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Aug 22. 2024

인류를 멸망시킬 방법에 대한 짧은 에세이 (하)

디스토피아 소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눈앞은 캄캄했다. 나는 의자에 몸이 묶인 채로 앉혀져 있었다. 두 손은 의자 뒤로 젖혀져 묶여 있었고, 두 다리는 의자 다리에 각각 묶여서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에는 새까만 무언가가 씌워져 있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지? 무슨 상황이지? 납치된 건가? 입은 막혀 있지 않았다. 소리칠 수도 있었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누군진 모르지만 자고 있던 나를 납치해서 꽁꽁 묶어 둘 정도라면, 여기는 소리를 질러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아닐 테니까. 그리고 범인이 누구든 그를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상황판단이 빠르네요. 자신의 처지를 빨리 파악하고, 쓸데없이 버둥거려서 넘어지거나 소리치지도 않고. 여기에 오는 대부분은 그러는데 말이죠.”

글쓰기 교수님의 목소리다. 평소보다 낮고 차분한 음성. 그런데 왜? 어떻게?

“안심하세요. 죽이거나 해코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려면 진작에 했겠지요.”

그것도 그렇다. 그러면 나를 왜 납치한 것일까. 죽이는 것이 훨씬 쉬울 텐데. 활용가치도 없는 일개의 대학생인 나를 납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하나뿐이다.

“… 경고인가요.”

“역시 눈치가 빠르네요.”

머리에 씌워져 있던 검은색 무언가가 벗겨졌다. 창문이 없는 회색으로 칠해진 방이었다. 내가 앉아있는, 아니 묶여 있는 의자를 제외하고 방 안에서 보이는 것은 다른 의자 하나와 멀리 방 끝에 보이는 문뿐이었다. 교수님은 내 머리에 씌어있던 검은 천을 던져 버리고 의자를 끌고 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뭐, 진지한 이야기 하기 전에 학생의 리포트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죠. 그래도 난 교수니까. 저번 수업 때는 급한 일이 생겨서 피드백을 하지 못했네요.”

“아마도 그 급한 일은 제가 여기 있는 이유와 관련이 있겠네요.”

“그렇죠. 한 사람을 여기까지 데려오려면 절차가 이만저만 복잡한 게 아니라서요. 보는 눈도 많고.”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

“그 이야기 전에 일단 리포트부터. 이번 리포트의 주제가 뭐였죠?”

“… 인류를 멸망시킬 방법.”

“그렇습니다. 인류를 멸망시킬 방법. 보통 공대생들은 이 주제에 대한 대답으로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들고 오죠. 핵을 더 파괴적으로 만드는 기술이라던가, 살상력 높은 바이러스라거나, 지구 내핵에 무슨무슨 짓을 한다던가. 터무니없는 방법들이죠. 재미는 있지만 불가능한 그런 기발한 방법들. 반면에 학생의 리포트의 방법은 현실적인 방법이죠. 환경 파괴.”

“…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것이 제일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고분고분하게 대답을 하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나는 손발도 묶여있고, 할 수 있는 것은 대화뿐이니까.

“학생, 혹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은 알고 있나요?”

“26차라면… 20년 전 마지막 유엔 기후협약이네요. 그 후로는 유엔이 아니라 전지구 기후협약으로 바뀌었죠.”

이번 리포트를 쓰면서 환경 문제에 대해 간단하게 조사할 때 알게 된 내용이다.

“잘 알고 있군요.”

교수님은 오른쪽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듯했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 단체도 그때 생겼죠.”

“‘우리 단체’?”

“일종의 환경단체죠. 마지막 유엔 기후협약 회의 개최 몇 년 전, 몇몇 지구의 환경 단체의 지도자, 기업 대표, 국가의 수장들은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안된다. 강제성이 없는 협약으로는 지구 환경을 살릴 수 없다.’ 그들은 하나의 환경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딱히 없습니다. 공식적인 단체도 아니고, 대표가 있지도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환경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모임일 뿐입니다. 그들은 현명했기에, 현재의 지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모든 자본과 정치력을 환경 보호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유엔 기후협약을 전지구 기후협약으로 바꾸고, 그들의 막대한 자본을 이용하여 강제성을 부여해 국가적인 친환경 정책을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지구 환경을 위한 일을 진행했죠. 공식적인 단체가 하기 힘든 여러 일들까지 포함해서.”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내 과제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 과제는 그냥 대학생의 리포트일 뿐이다. 그리고 그 리포트와 유엔 기후협약이 전지구 기후협약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그 뒤에서 활약한 단체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왜 나한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교수님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석탄발전소나 석유화학기업 같은 환경 친화적이지 않은 기업들을 제거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기업들에게 탄소세를 내도록 하거나 국가 정책을 통해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비폭력적 방법으로는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동안 환경은 계속해서 파괴될 것이 분명했죠. 비합법적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CEO나 임원들을 협박하거나 공장을 파괴하거나 하는 등으로 말이죠. 그런 기업들을 지구상에서 대부분 없앴습니다. 강제적이고 다소 폭력적이라고는 하지만, 환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그런 방식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모조리 수행했습니다. 그 기반에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있었죠. 학계와 기업에서 내로라하는 과학자, 기술자들이 모두 모여 만들어낸 세계 최고의 프로그램이죠. 그 시뮬레이션을 통해 환경에 위협이 될 만한 요인을 샅샅이 찾아 제거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입니다.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되고 있던 환경오염을 멈추는 데 성공했죠. 아직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20년 간의 성과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큰 성과입니다.”


생각보다 스케일이 큰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다지 현실감은 들지 않았다. 물론 역사적으로 2020년이 지구 환경에 있어서 변곡점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배경에 폭력적인 방법도 사용하는 비공식적 단체가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지만. 하지만 그다지 현실감은 들지 않았다. 손과 다리가 묶인 채로,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이야기를 갑작스레 들어봐야 와닿지 않는 법이다.


“그러다가 우리 단체는 한 가지 잠재적인 불안요소를 찾아냈죠.”


“… 뭐죠?”


“바로 학생이 찾아낸 가능성이죠. 의도적인 환경 파괴. 적절한 지휘 하에,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환경 파괴 말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런 사람이나 단체가 나온다면 끝장입니다. 학생이 생각한 것처럼 환경 파괴는 비가역적이고, 비대칭적이니까요. 그 리포트가 바로 학생이 여기 있는 이유죠.”


“그 생각은 장난스러운 생각일 뿐입니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잖아요?”


나는 어이가 없어 소리쳤다. 일어나서 따지고 싶었지만 손 발이 단단히 묶여있어 힘을 줘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교수는 빙그레 웃더니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없었던 이유는, 그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첫 세대였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한 사람이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첫 세대. 인터넷, 교통, 여러 가지 기술들의 발달로 인해서 말이죠. 이전까지는 몇몇 특출 난 지도자를 제외하고는 한 사람의 영향력은 한 마을 정도, 잘해봐야 한 국가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적당한 돈과 시간만 있다면 누구든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범국가적 파괴자가 없었다고 해서 이후에도 없다고 할 수는 없죠.”


“그래서 저처럼 환경파괴에 대해 조금이라도 말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격리하는 겁니까? 그게 당신네 환경 단체가 하는 일인가요? 정말이지 윤리적이고 지구를 위한 행동이네요.”


나는 주먹이라도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손과 다리에 힘을 주고 덜컹대며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일단은 제 말을 들어보세요.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 뒤,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절망적이었죠.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을 최대한의 수준으로 계속한다고 해도 30년 안에 의도를 알 수 없는 무자비한 환경파괴범이 나와 환경을 급속도로 파괴할 가능성은 거의 100%였습니다. 수년간에 걸친 테스트에도 그 결과는 변함이 없었죠. 그런 한 사람이 출현하면 결과적으로는 수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교수는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모조리 가두냐고요?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는 그 근거가 뚜렷하고 다른 방법이 없을 때만 폭력을 사용합니다. 모조리 가둔다니. 근거도 명확하지 않고, 비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이죠. 그런 방법에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에게 쓸만한 답을 주었죠.”


“환경파괴범이 될 만한 노란 싹을 찾아내는 방법이겠군요.”


“맞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어떤 테스트를 제안했죠. 이제는 그게 무엇인지 아시겠죠?”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인류를 멸망시키는 방법에 대해 쓰게 하는 것. 그 글을 분석해서 가능성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거네요. 그 글쓰기 리포트에서 환경파괴에 대해 언급하고, 무언가 중요한 키워드 몇 개를 쓰거나하면 당첨이겠네요.”


“정확합니다. 그 때문에 2030년 이후 전 세계의 어떤 대학이든 공통 과목으로 글쓰기 수업을 수강합니다. 그리고 모든 대학생은 수업 중 한 차례 인류 멸망에 대한 리포트를 쓰게 되죠. 그 리포트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저도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지만 중요한 키워드는 '환경 파괴''성실성'이라고 하더군요. 그 효과는 놀라웠죠. 세계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검사해도, 1년에 수백 명 정도만 싹을 잘라내면 앞서 말한 환경 파괴범 출현율이 100%에서 1% 미만으로 줄어듭니다. 수천만명의 잠재적인 피해를 생각한다면 최고의 선택이죠.”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을까. 의도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다니. 그냥 환경파괴가 떠올랐을 뿐이고, 성실성이라는 것에 방점을 둔 이유는 그저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하기엔 귀찮고 시간이 부족했을 뿐인데.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아니, 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고요. 제가 무슨 환경 파괴입니까. 그럴만한 의도도 능력도 없습니다. 재벌집 자녀도 아니고, 특출 난 천재도 아니고.”


“시뮬레이션 상 당신이 그런 일을 저지를 가능성은 0.003%입니다. 평범한 사람에 비해 수 천배 이상이죠.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희생으로 지구를, 수천만 명을 살릴 수 있는 겁니다. 영웅이죠.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기쁘게 희생할 텐데.”


어이가 없어 교수님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저딴 소리를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눈을 감고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죽게 되는 것인가? 어딘가 모르는 곳으로 보내지나? 분명 처음에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 난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폭력적인 단체가 아닙니다. 학생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자가 되게 둘 수는 없죠.”


교수는 벽을 향해 손짓을 했다. 내 눈에는 벽으로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구조인 것일까. 잠시 후 검은 양복을 입고 가면과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사람 세 명이 들어왔다. 맨 앞의 한 명은 손에 서류를 들고 있었다.


“보통은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난동을 부리거나 해서 이 분들이 필요한데 다행히 당신에게는 필요 없었네요. 이 서류들을 한 번 보시죠.”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명이 내 손을 풀어주더니, 손에 서류를 쥐어줬다. 오랫동안 묶여 있어 손이 저릿하다. 맨 위의 종이는 다니고 있는 대학의 자퇴서였다. 이미 내 사인과 지도 교수의 사인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대학교는 더 이상 다니실 수 없을 겁니다. 지금 대학교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환경, 과학, 그 외에 어떤 분야에서도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실 수 없습니다. 취직이 힘드실 테니 매달 생활비는 드릴 겁니다. 지금처럼 눈치 빠르게 말을 잘 들으신다면요.”


“…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가요?”


“그러면 저희야 너무 좋죠. 일단 다음 장을 넘겨보세요.”


나는 다음 장을 넘겨보았다. 입영통지서였다. 입영날짜는 … 내 기억이 맞다면, 내일이다.


“그래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할 것 같고, 1년 반 동안 푹 쉬라는 의미로 군대에 보내드리는 겁니다. 저희도 한 사람의 앞길을 막는 건 미안해서 말이죠. 일반적인 군대로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호텔에서 일 년 반 동안 푹 쉬게 해 드릴 생각입니다.”


아직 서너 장 정도가 남아있었다. 무엇인지 보려고 하자 교수가 순식간에 낚아채갔다. 하지만 나는 스치면서 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교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머지는 보지 않아도 됩니다. 소란스러운 분들한테 필요한 거라서요.”


그것만 듣고도 짐작할 수 있었다. 경고다. 너를 지금 여기서 죽이지는 않지만, 만약 네가 말썽을 부린다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며 너의 가족들까지도 위험해질 것이라는 경고. 뒷골이 섬뜩해졌다.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힘을 시험해 볼 정도로 대담하지 못하다. 내가 과연 지금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여기 끌려와서 깨어난 이후로 이것이 현실이라고 이제야 진정으로 깨달았다. 입을 닫고 말을 삼켰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말없이 그들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지금 현재 나는 어딘지 모를 방에 갇혀 있다. 생활에 필요한 것은 모두 있다. 침대, 화장실, 부엌 등등. 식사도 매 끼 챙겨주고, 운동기구까지 방 안에 있었다. 물론 인터넷은 되지 않는다. 외부와 소통할 방법은 물론, 창문도 없다. 수많은 비디오 게임들과 책으로 가득 찬 책장들이 놓여있었다. 책장에는 줄이 없는 공책들도 가득 꽂혀있었고 필기구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일 년 반 동안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는 듯이 빼곡하게. 나는 게임과 독서, 식사, 수면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최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난 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어느 회사에 취직할 수 없다. 다른 경제활동도, 사회적 활동도 할 수 없다. 생활비를 받아먹고살 수는 있겠지만, 그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축이나 다를 바 없다. 한 동안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소설을 쓰기로. 이 글은 그 시작이다. 당장 이 내용을 발표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내 조악한 글 솜씨로는 내 상황과 감정을 잘 전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시간이 지나 이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글을 갈고닦아야 한다. 그리고 말해야 한다. 내 상황을, 내 감정을, 그리고 인류가 어떤 희생을 기반으로 유지되었는지를. 그런 희생이 과연 옳았는지를.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소설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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