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자의 생각 9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명할 수 없다면 지식은 그곳에서 멈춘다. 진짜 앎은 글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 글쓰기는 연결이다.
사람들은 인생 초반부 십수 년 동안 어떤 사실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계산해서 답을 고르는 훈련을 수행한다. 잘 안다는 것은 모든 일의 밑바탕이며, 그런 시간을 들일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잘 알고 혼자서 수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일도 간혹 있지만, 더 넓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요구한다.
구상에 머물던 아이디어가 현실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각자 자신 있는 분야가 다르고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그들 사이를 연결해야 한다. 그 연결이란, 프로젝트의 목표와 의의를 모든 참여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글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좋은 글은 모호한 개념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이는 비문학이나 보고서, 논문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문학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소설에서도 작가는 인물의 내면이나 배경, 처한 상황을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생생하게 묘사해야 한다.
글쓰기에서 자주 사용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다.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설명은 특정 독자층만 이해할 수 있지만, 다양한 사고방식과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그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례나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것을 예로 들면, 이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다. 물론 예시를 드는 것에는 이해의 낙차가 따른다. 그러나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예컨대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직관적인 비유는 양자역학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물리학과 수학을 수년간 공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처럼 예시를 활용한 글쓰기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추상적 개념을 현실로 이끌어낸다.
앞선 글 「인간의 일을 하자」에서 말했듯,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며,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서, 지식이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세상을 향해 전달해야 한다.
글쓰기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행위가 아니다. 글쓰기는 연결이다.
사진: Unsplash 의 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