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계속해서 부딪혀 왔다.
모르겠다
좋아한다고 했던 애가 진짜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얼굴만 보면 그 동그란 눈이 세모가 되어 쏘아 보다가
그보다도 뾰족한 말로 계속해서 부딪혀왔다
안색이 안좋다고 놀리거나 말만 하면 말꼬리를 잡고 쏘아대거나
진짜 왜 그럴까
좋아한다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까?
정말 그 애의 마음에 대해서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나를 좋아한다고?
좋아한다는 말과는 정반대로
모나게 굴고 나를 피하는 모습을 보며
매번 기가 차지만 계속해서 흔들어대는 그 애를 생각하면 감정과 생각이 너무나 혼란스러운 요즘이었다.
예전 동네에서 다시 수현이를 만나고 돌아가는 그 길,
그 애의 생일이라 동기들끼리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찔리는 마음이었는지 그 애에게 양심은 남았던지
다른 가게에서 꽃을 사고, 미리 사서 가방에 넣어두었던 선물을 들고
자정이 넘은 시간 집에 들어섰다.
술자리는 이미 파했을테고 그 애도 자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선물은 내일 줘야지.
그렇게 집에 들어서는 순간 1층 카페 테라스에서 내가 피는 담배에 불을 붙여놓고
탁자만을 노려보고 있던 그 애를 보았다.
아직 추운데.
아직 추운 봄 밤, 그 애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렇게 내가 들어서는 인기척을 알아채고
나를 올려다보던 그 눈.
그 원망이 가득 담긴 눈을 보며 나 역시나 마음이 울렁거렸다.
왜 나를 그렇게 봐?
나를 원망하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가득차
나의 마음까지 아프게 하는 그 눈빛을 보며 어찌 할 줄을 몰랐다.
“여기 선물”
너는 나를 어찌할 줄 모르게 만든다.
어쩌면 나는 이미 너의 마음을 알고 있을 지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너와 같은 감정의 파도가 일어나는 사람이 아닌걸.
나를 그렇게 보지 마.
원망과 아픔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던 너는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선물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다.
아직 다 타지 않은 담배를 보며
내 혼란스러운 이 마음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이 마음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애가 걱정되긴 했지만 나는 다시금 내 평안을 지키기로 했다.
그 애가 말하는 건 사랑이 아닐거라
다시금 내 마음을 다잡으며 그 애를 애써 무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