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하지 않다보면 결정하는 방법을 잃어버린다. 자신의 호불호가 없어지거나, 그 호불호가 자기파괴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 결정하지 않다보면 자신을 표현하지 않게 되고, 이는 나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변호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나를 잃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힘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결정에 관한 훈련이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의사소통을 교육과 훈련으로 발달시켜야 하는 능력영역으로 본다. 독일에서 의사소통 기술은 시간이 지날 수록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 아닌, 훈련으로 발달 시켜야 하는 영역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안 될 수 있는 자기결정을 하기 위한 이상정인 훈련과정은 가장 먼저 '아니오' 라고 말하며 경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거절'하는 방법을 가장 먼저 배운다. 그 다음으로는 상대방의 '거절을 수용'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훈련이다. 그리고 또 그 다음,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고, 내가 바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요구'하는 것이다.
거절 하기, 거절 수용하기
원하는 것 요구하기, 상대 요구에 대해 선택하기
책임지기, 조율하기 등
이런 훈련이 지속됨으로써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응할지 배우게 된다. 그런데 이런 훈련이 없다면 거절을 수용하지 않거나, 요구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면 결정하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개인이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결정하는 힘이 쇠퇴하게 된다.
개인-사회에 관한 관계를 이야기 하다보면 공교육이 빠질 수 없다. 공교육은 한 국가에서 어떤 국민을 길러낼것인가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자기결정권과 의사소통에 대한 교육이 공교육에서 어떻게 시행되는지 보면, 한국과 독일에는 꽤나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한국과 독일 모두 공교육에서 자신의 역량을 기르고, 상대를 존중하며, 사회적인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몇가지 차이점으로는 먼저 독일에서는 개개인의 의사소통 능력과 자기결정권을 공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교육으로 여긴다. 의사결정 능력과 자기결정 능력을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가르치며,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에 개인의 주체성이 타인를 해치지 않고, 타인을 보호할 수 있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삶의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한국은 자기결정권에 대한 교육이 주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닌, 선생님의 의견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따르는 것을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요구를 내 선택으로 따르는 것이 학교에서 흔히 배우게 되는 자기결정인 세임다. 이에 사회적인 규칙에 크게 어긋나는게 아닌 행동에도 불구하고, 예를들면 수업 중 질문하기와 비판하기, 스스로 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요구하는 훈련은 꽤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요구했을 때 거절하는 것은 상대방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상대방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미안해 할 것이 아니다. 그것이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방향이 맞다면 그 어떤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거절을 하지 않거나,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혹은 원하는 것을 요구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요구했을 때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의사소통 기술이 없다는 것과 같다.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는 힘도 부족하다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