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생각보다

by 이면

불안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를 덮쳤다. 살아가며 누구나 겪는 순간들, 그리고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순간들 속에서 불안은 천천히 나를 끌어내렸다. 다섯 살, 힘차게 뛰다 넘어져 버린 어린아이였던 때도, 따돌림을 경험한 청소년이었을 때도, 예상치 못한 비난을 받았던 대학생이었을 때도 그랬다. 불안은 때로 좁은 블랙홀 같았고, 때로는 무거운 수중 같았다.

그럴 때면 스스로를 원망했다. 나만 특별히 힘든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이렇게 유독 나약할까. ‘힘이 없으면 바짝 엎드리기라도 하라’는 말이 납득되지 않았다. 힘이 없다고 존엄까지 버려야 할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 존엄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기특한 저항이었지만, 다듬어지지 못한 그 강인함은 주변을 종종 찌르기도 했다.

조금씩 사회생활을 배우며 전문성이 생기자 협력하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라 하기엔 배워야 할 게 많았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네는 자리에 서야만 비로소 어린 시절의 설움을 덜어내는 듯했지만, ‘윗사람’ 앞에서는 여전히 공포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은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지금, 다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수님이 합격을 취소하지는 않을까, 어학이나 행정절차가 무산시키지는 않을까. 동시에 유학을 포기할까 망설이는 나 자신까지. 불안은 끝없이 나를 흔들었다.

하지만 들여다보니 불안은 허상에 가까웠다. 마치 그림자 같았다. 멀리서 보면 길고 거대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단지 빛이 만든 현상일 뿐이었다. 그림자는 내가 서 있다는 증거이고,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림자가 있다는 이유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나를 비추는 빛이 있음을 알려주니, 편안히 길을 갈 수 있다. 그림자가 사라져도 괜찮고, 다시 나타나도 괜찮다.

돌이켜보면 내 불안은 생각만큼 탄탄한 서사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것은 내가 가장 원하던 것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불안은 방해물이 아니라 성장의 발판이라는 것을. 불안은 객관성에 약하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면 더 이상 나를 집어삼키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불안할 때 오히려 해야 할 일을 한다.

그렇게, 생각보다 데리고 다닐 만한 불안을 데리고, 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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