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다는 건가요?
내가 티베트에 호기심을 갖게 된 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읽고 나서다. 엄밀히 말하면 책 속의 지역은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인도의 라다크(Ladakh) 지역이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이 티베트와 사뭇 닮아있어 같은 문화권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실제 위치도 중국의 티베트 자치구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매료된 것은 '마음과 가슴의 중간'을 이해하면 화낼 일도, 행복하지 않을 일도 없다는 그들의 정신세계관이었다. 그와 더불어 '현대의 살아있는 성인'이라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박애주의적 어록이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유행처럼 퍼지면서 티베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런 신성한 이념을 가진 티베트 정부는 어찌하여 인도로 망명하게 되었을까?
티베트도 예전에는 토번(吐蕃)이라는 강력한 왕국 시절이 있었다. 토번국은 7세기에 송챈감포(Songtsen Gampo)가 세운 최초의 통일국가로, 이때부터 라싸를 수도로 정하고, 경전을 번역하기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 실크로드가 한창 번성할 때는 당나라를 압박하여 조공을 바치게 했으며, 당나라의 문성 공주를 황후로 맞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38대 왕 티송데첸(Trisong Detsen)이 불교의 국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부담이 커지자 내전과 반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남북왕조로 분열되었다가 몽골 제국과 청의 지배기를 거치면서 지금의 달라이 라마 제도가 정착되었다. (달라이 라마 제도에 대해서는 중국의 샹그릴라 편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청이 멸망하고 중국에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악명 높은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종교 탄압이 시작되자 위협을 느낀 달라이 라마 14세는 1959년에 인도로 망명하여 다람살라(Dharamsala)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게 된다.
정확하게는 다람살라 윗동네에 해발 1700m인 맥그로드간즈(McLeod Ganj, 줄여서 맥간)라는 지역인데, 티베트의 라싸만큼은 아니지만 구조를 엇비슷하게 만들어놨다. 마을의 끝자락에는 달라이 라마 직할 사원인 남걀 곰파(Namgyal Gompa)가 있고, 그 주위로 순례길 코라(Kora)가 형성되어 있으며,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길은 코라로 연결된다. 이런 맥간의 마을 구조는 불교의 동그란 만다라와 윤회사상을 떠올리게 했다.
코라를 돌다 보면 주위에 '옴 마니 받메 훔' 같은 만트라를 적어놓은 돌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중 'Free Tibet'이란 글귀가 유독 눈에 띈다. 티베트는 아직 국제적으로 망명정부로서의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망명 후에도 자유 독립 투쟁이 대내외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중국에서 한 티베트 청년이 분신자살을 한 사건이 때문에 반중국 시위로 한동안 우울한 분위기였다.
달라이 라마는 간디로부터 직접 비폭력 투쟁을 배운 후로 60여 년간 비폭력 평화 전선을 유지해왔다. 그 이념을 받들어 중국에 있는 티베트인들 역시 비폭력적인 독립투쟁을 따르려고 했지만, 중국의 강경한 진압 앞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 분신자살이라니 너무 무모한 죽음이 아닌가. 이것이 서두에서 언급한 '마음과 가슴의 중간'을 이해하는 그들의 정신세계관을 반영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민족보다 초월적인 세계관을 가졌다면 좀 더 현명한 방법을 택했어야 하지 않나...
지금도 맥간에 가면 티베트인들은 그들의 교리에 따라 가장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춰 오체투지 절을 함으로써 겸손을 배우고, 마니차를 돌림으로써 불경을 읽은 것으로 대체한다. 언뜻 보면 불심이 충만하고 전통을 수호하는 평화로운 민족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숨이 막혀온다. 몇 번이나 목숨을 버려가며 거친 히말라야를 넘어온 당신들이 아닌가. 그렇게 자주독립을 꿈꾸며 찾아온 새로운 땅에서도 예전과 똑같이 살 것인가.
물론 낯선이의 입장에서는 이런 문화가 아직 남아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여행자의 철없는 이기심으로 이 민족들이 과거로 도태되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당신들은 우주심과 보리심을 깨친 민족이 아닌가. 그런 높은 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이제는 현대적인 감각을 두드려볼 때가 되지 않았나.
달라이 라마의 어록은 고귀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예리하게 꼬집어준다. 그래서 읽으면 저절로 숙연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에너지를 가지고 당신을 따르는 민중들을 먼저 계몽시켜 주셨으면 좋겠다. '지식'이라는 힘을 갖춰야 인류 사회에 '기여(contribute)'를 하더라도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