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에 봄날은 올까

by traveLife

그곳에 간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뜯어말렸다. 영화에서 본 것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을 거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인도의 어디가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까. 하다 못해 수도 델리마저도 공항에서 빠져나가기 힘든 곳이 아니던가. 그러니 이 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카슈미르 분쟁 지역에 있는 스리나가르로 향했다.

map-india3kashmir.png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무려 세 나라로 쪼개진 인도. 그중에서도 카슈미르 지역은 특히나 기구한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종교 문제로 분리되면서 이슬람교도가 많은 곳은 파키스탄령, 힌두교도가 많은 곳은 인도령으로 흡수되었는데, 카슈미르는 특이하게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이지만 통치자가 힌두교도라는 이유로 인도령으로 흡수가 된 것이다. 그러자 이에 불만을 품은 내부 세력과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일어나고, 여기에 인도-중국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결국 인도령, 파키스탄령, 중국령의 3개 분쟁 지역으로 갈라지게 된다. 그 후로 지금까지 카슈미르에는 자유와 독립을 위한 종교, 국가, 민족 간의 이념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위험한 곳을 가려고 했던 이유는 수많은 인도 영화에 나왔던 알프스보다 아름다운 풍경과, 인도 가이드북의 대표 저자 환타님의 엄청난 소개글 '인류의 잃어버린 파라다이스'에 대한 철없는 로망 때문이었다. <한밤의 아이들> 오프닝에서 안개 낀 망망대호를 시카라가 유유히 가로지르던 몽환적인 달 레이크(Dal Lake)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Fanaa>와 <카슈미르의 소녀>에 나왔던 스위스보다 아름다운 그곳은 도대체 어디쯤일까...

인도의 카슈미르를 가기 전, 나는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쪽의 카슈미르를 먼저 다녀왔다. 평균 7~8천 미터의 고봉으로 둘러싸인 파키스탄의 훈자(Hunza) 계곡과 드넓은 호수 위로 수상 가옥이 발달한 인도의 스리나가르(Srinagar)는 과연 듣던 대로 천혜의 자연을 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카슈미르적인 삶이 펼쳐지고 있었다. 파키스탄의 훈자에서 내가 경험한 것은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만큼이나 따뜻한 친절이었다. 그들은 이슬람교 중에서도 'open muslim'이라는 이스마일파로 종교에 크게 매이지도 않았고, '훈자 워터'라는 술을 즐겼으며, 이방인인 나를 여행자가 아닌 반가운 손님으로 대해주었다. 훈자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왜 그곳을 '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라 불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인도 측 카슈미르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이곳 사람들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가 원래 인도 땅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키스탄에도 적개심을 품고 있었고, 종교와 인종이 전혀 다른 인도 정부로부터는 독립을 원하고 있어서 늘 자유에 대한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테러와 파업으로 스리나가르는 점점 피폐해져 갔고, 그렇게 천혜의 자연은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We want freedom.


스리나가르를 빠져나오던 날, 타고 가던 버스가 인도 정부 소속인 공영 버스라는 이유만으로 테러를 당했다. 갑자기 날아든 돌멩이에 유리창은 박살이 났고, 근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부상을 당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이 모든 상황을 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카슈미르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유가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것이었다면 진작에 당신들은 독립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70년이 넘도록 같은 분쟁이 일어나고 참혹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전쟁을 하면 결국 이런 꼴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가 알려주고 있지 않나. 과거에는 종교 하나만으로 독립 국가를 이룰 수 있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인류 사회가 다각도로 진화해서 하나의 이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당신들의 조직이 언제부터 발전을 멈추었는지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비록 끔찍한 테러의 현장을 목격했지만, 그럼에도 스리나가르의 달 레이크는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천혜의 자연을 당신들의 지혜로 부디 잘 지켜나가기를. 그래서 따뜻한 봄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더 이상 인류 역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지 않기를 염원해 본다.

keyword
이전 11화인도 속의 티베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