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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예술 노마드의 향유 #06

by 딸리아 Nov 11. 2024

요즘 지속적으로 ‘예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한다. 예술가 이전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80%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설령 자신의 분야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분석력,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적응력(Agility) 등이 이를 가능케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프로페셔널 소설가이다. 프로페셔널 소설가가 running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에 관해서 쓴 책,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을 읽었다. Running을 하는 그가 내세운 세 가지 원칙 중 첫 번째는 결코 걷지 않는다, 49.195 km를 뛰면서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그 순간이 오더라도 그는 결코 걷지 않는다. 미래 묘비에 쓸 정도로 그는 대회를 뛰는 동안 결코 걷지 않는다. 두 번째는 하루 평균 6마일은 무조건 뛴다. 어느 날 길게 9마일을 뛰었다면 다른 날은 3마일을 뛰며 하루 평균 6마일의 거리를 유지한다. 세 번째는 매년 한 번 이상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다. 자신이 내세운 목표를 향해 뛰며 몸을 점검하고 그동안의 과정을 점검한다.     


그가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고 부를 축적하고 세계 많은 팬들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 지속적으로 수많은 작품을 집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쌓아온 경력에 버금가는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여러 나라 다른 환경에 처해지지만, 매일 매일 정해진 시간만큼은 글을 쓴다. 그는 Running을 하면서도 다양한 마라톤 대회에 참여 하면서도 일정 시간 글을 쓰고 일정 거리 달리기를 위해 일정을 계획하고 환경을 만든다. 그가 추구하는 규칙적인 생활은 그에게 글에 대한 창의성과 생산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글쓰기 습관과 달리기 원칙은 모두 끈기와 규칙성을 강조한다. 나는 ‘끈기’라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매일 똑같은 행동의 반복을 끈기 있게 지속할 수 있는 사람,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전문가의 반열에 오른다. 공부는 어릴 적부터의 습관에 의해 끈기있게 규칙적으로 했어서 학위를 받았고, 그로 인해 이 자리에 오긴 했는데, 이 외의 것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글을 쓴다거나 피아노를 친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마음만 있을 뿐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유인 즉슨 시간이 없어서 몰두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 이다.      


그러면서도 내 분야에 있어서 나는 과연 진정한 전문가인가. 전문가가 되려고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해 온 것과 특정 콘텐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다를 것이다. 특정 콘텐츠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 만의 철학, 삶을 대하는 자세가 갖춰지는 것과 같다. 무라까미 하루끼가 결콘 걷지 않는 것과 같은 삶에 대한 자세를 가진 자만이 진정한 전문가이고 더 나아가 예술가가 아닌가.   

  

예술가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발견한 것 중 하나는, 반복된 행위를 견뎌 왔다는 것, 인내의 시간 속에서 좌절하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며, 창의와 숙련이 쌓여 전문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 인고의 시간 속에서 자신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고뇌하며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우리는 그를 예술가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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