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공포와 불안의 순간

by 딸리아

1984년 12월 1일, 평범한 아침 자습시간.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교실 문이 열리며 대걸레 자루를 손에 든 체육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순식간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우리는 모두 책상 위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들어야 했다. 교실 문 쪽에서부터 한 명씩 허벅지에 매를 맞기 시작했다. 나는 맞기도 전에 눈물이 났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저 소리 내어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그 끔찍했던 자습시간은 사실 새로운 경험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벌은 일상이었다. 한 번은 교과서 속에 있는 “ …”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까 하는 질문이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이 나는 "얼마나 다리가 아플까"라고 대답을 했다가 갑자기 따귀를 맞았다. 정답이 아니라는 이유로, 집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았다. 지금도 왜 맞았는지 모르겠다. 내 대답이 뭐가 어때서, 그게 맞을 일인가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더했다. 성적 등수대로 자리를 배정받았고, 성적이 떨어지면 그만큼 더 맞아야 했다. 칠판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엉덩이를 내민 채, 떨어진 등수만큼 맞는 게 담임이 정한 우리 반 규칙이었다.


그때 쓴 일기를 보면 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몽둥이찜질을 돈 안 들이고 인력으로 해서 성적 올리기"
"여자 학교에 몽둥이들이 기회만 보면서 막 돌아다녔다."
"무서워 죽겠다."
"근데 생각해 보니, 선생님께서 때린 우리 반 애들 중 몇 사람이나 성적이 올랐을까"


어린 나이였지만, 나름의 저항도 했다. 일기장 검사를 받으면서도 당돌하게 써냈다.


"선생님, 때리시려면 빠른 시일 안에 때려주세요. 마음도 조이고 더 겁이 나고. 그리고 때리시기 전에 겁은 주지 마세요"

40년이 지난 지금도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나면 그때 이야기가 나온다. "왜 걔 있잖아, 담임한테 엄청 맞았던 애, 걔는 지금 어떻게 사나 몰라" 우리의 기억 속에는 공부 잘했던 아이들과 많이 맞았던 아이들만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때 그 아이는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 교탁 옆에서, 선생님의 발길질에 저만치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뒷짐을 쥐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 장면을 잊지 못했다


체벌의 흔적, 그 공포는 지금까지도 내 안에 깊이 새겨져 있다. 영화나 TV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면 차마 보지 못할 정도다. 내 의식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날의 교실이 있다. 앞뒷문이 모두 닫힌 채, 몇 대를 맞을지도 모른 채, 불안과 공포 속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던 그 순간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2011년에 와서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학교에서의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훈육’의 수단으로 자행되고 있는 듯하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폭력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다시 묻고 싶다.


우리가 받았던 그 체벌은 정말 '훈육'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어른들의 폭력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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