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 1. 18
제목: 오늘도 아빠 엄마가 싸우셨다.
오늘 저녁, 대략 7시쯤. 엄마가 잔소리를 시작하셨다.
“방학이라고 놀기만 하고 공부도 안 하고. 도대체 뭐 한다고, 방 청소도 안 해?”
아빠는 그냥 가만히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다 늦은 저녁에 웬 잔소리야?”
그 한 마디에 엄마의 화살 방향이 휙 바뀌었다. 아빠를 향한 잔소리가 무참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요즘 일도 안 하고 집에만 계시는 아빠가 못마땅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봐도 엄마의 잔소리는 좀 심하셨다. 아빠는 결국 화를 내셨고, 저녁은 우리끼리만 먹었다.
아빠는 속이 타셨는지 집을 나가 버리셨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엄마의 화살은 다시 우리를 향했다.
“너희들 때문에 아빠가 나가셨잖아. 또 술 드시고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고… 내가 정말 속 상해 죽겠다. 너희들, 엄마 속 자꾸 썩일래?”
“아니 안 그럴게”
오늘 밤 아빠는 얼마나 취하셨을까 생각하며 누워 있다가 TV를 보려고 안방으로 갔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아빠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손에는 비닐봉지를 들고 계셨다. 맥주를 사 오신 줄 알았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구나’ 싶었다.
그런데 봉지 안에는 맥주가 아니라 과자가 들어 있었다. 무려 4천 원어치였다. 꽤 많았다. 별별거가 다 있었다.
그 순간, 아빠와 엄마 두 분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게 느껴졌다. 엄마는 아빠가 집을 나간 후, 아빠는 바람을 쐬면서 각자의 마음이 풀어지셨나 보다.
정말 그렇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
아빠가 사 온 과자는 단순히 엄마의 마음을 풀기 위한 게 아니었다. 우리 앞에서 아빠 엄마의 추한 꼴을 보인 것에 대한 회의랄까, 후회하는 뜻에서 사 온 것이다.
다음부터는 오늘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공부도 하고, 방 청소도 잘해야겠다.
중학교 시절의 일기장을 펼치면,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열다섯 살의 나는 부모님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이후로 머리가 커갈수록 점점 더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