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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Dec 13. 2020

여보, 차 바꿨어

드디어-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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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래 이렇게 길고 긴 고민은 안 하면서 사는데-

늘 심플하고 단순하던 결정이 유독 차 앞에서 지연됐다.


결과적으로 고민을 시작한 지 몇 개월이 흘러 차를 샀다. 마음에 꼭 드는 좋은 차를 샀다.


집에 데려와서 주차를 하였다

회사 임원이 타던 차라는 설명을 들었다. 비록 중고로 산 구형 카니발이지만, 풀 옵션이니만큼 경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비롭고 다채로운 기능들이 펼쳐졌다. (우-와!)


아이들 앞에서 슬라이딩 도어가 스르륵 열리자 아이들은 당황하며 눈이 또-옹그래 졌다.


"우리 차야! 아빠 차 새로 샀어! 어서 타봐-"


차에 올라 탄 아이들. 애들도 눈은 같은지 연신 "우와 엄청 크다 우와 엄청 크다!!", "아빠 엄청 좋아요!! 아빠 진짜 좋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들의 그 이야기를 듣자 하니, 각자의 처지에서 한국인 평균보다 조금씩 더 거대한 네 식구가 늘 다리도 못 펴고 타던 경차에서 지냈던 지난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순간 울컥했다. 아마 지난 설움과 미안함, 감격과 기쁨이 버무려진 감정이었던 것 같다.



작다 작아

어제까지만 해도 "야-!! 아빠 의자 발로 밀지 마-!!!"라고 잔소리했다. 아이들도 자리가 좁으니 다리를 뻗으면 앞좌석이 닿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둘째를 임신했을 때, 그리고 다시 셋째-넷째를 임신한 아내가 허리 한 번 펼 수 없이 타고 다녀야 했던 그 시간이 늘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트렁크엔 캠핑 의자와 돗자리 한 개 챙기면 꽉 차는 그런 차였다. 지난여름, 부모님이 실컷 먹으라며 포도 세 박스를 사주셨지만, 그 과일 세 박스가 들어가지 않아 결국 한 박스 포기하고 올 수밖에 없었던 일도 생각났다. 귀엽고 심플했지만 좁고 불편했던 그런 차였다.


혹시 사고라도 나면 모두가 무사할 수 없다는 긴장감에, 운전할 때 조심에 조심을 거듭했던 그런 차. 시속 100km를 넘으면 흔들흔들 들썩들썩하며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그런 차.


외제차는 물론이고 국산차 중 좀 큰 차들이 신경질적인 도로 매너를 보이던 그 작고 왜소한 차. 제대로 된 추월을 하기엔 늘 심장이 조금 약했던 그 작은 새 같은 차. 옆에 버스라도 스쳐가면 바람에 휘청이던 그런 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차는 우리에게 참 큰 도움과 추억을 남겨주었다.


경차를 타던 지난 4년 동안, 근검절약하고 실속을 챙기는 아내 덕에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좋은 차 사자고 조르던 나를 향해, 아내는 "나도 좋은 차 타고 싶지- 하지만 여건이 그게 아니면 아껴야지-!"라고 나를 붙잡아 주었다.


그렇게 현명한 아내 덕에 첫째, 둘째를 낳아 기르고 이사를 세 번이나 한 그 시기에-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려갈 수 있었다.


비록 경차였지만 잔고장 한 번 없이 4년을 함께하며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우리를 데려가 줄 수 있었고, 우리 가족이 조금 더 가깝게 붙어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방어운전을 하는 습관을 길러주었고, 과속이나 추월보다는 양보나 정속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숨은 준돌이들을 찾아라

그리고, 이제 카니발이 왔다.

처음 운전석에 타자마자 우리 여섯 식구에 딱 맞는 자동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마지막 4열 시트를 접어 놓고 타기 때문에 6인승이라고 봐도 좋을 9인승 카니발은 이제부터 우리 여섯 식구를 든든히 태우고 돌아다닐 것이다. 6명이니 버스전용차로도 합법이다!


아이들은 전후좌우에 천장에까지 넓게 뚫린 창을 통해 따듯한 햇살도 느끼고, 달빛을 보며 잠들겠지. 그리고 다리 아무리 뻗어봐라 아빠 의자 발로 찰 수 있나!


휘청이거나 덜컹이지 않고, 시끄럽거나 여섯 식구 모두가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히 다닐 수 있겠지. 디젤엔진 팽팽 돌려가며 힘차게 쭉쭉 달려보자!



크ㅡ 뒤에 저 곳이 다 실내공간이라니!

운전석에 앉아보니 모든 게 만족스럽다. (역시 훌옵션-!)

뭔 버튼은 이렇게 많은지, 아직 다 눌러보지도 못했다.


가족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기분 좋은 부분이다.

이제 몇 년은 갚아나가야겠지만, 인생사 모든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아내와 네 자식, 그리고 차 할부금까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해 주는구나.


여하튼! 여보, 차 바꿨어! 우리 드라이브 가자!


그리고 여보, 10년 뒤에는 정-말 좋은 차 타자! 애들 학교 보내 놓고. 우리 둘이!

이런 섹시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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