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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Jan 02. 2021

네가 원하는 몸매

그게 가능하긴 했었나



"여보, 근육질 몸매가 좋아- 아님 펑퍼짐 한 몸매가 좋아- 아님 마른 몸매가 좋아-?"

"그건 왜?"

"아- 여보가 원하는 몸매로 만들어줄게"




아내는 아직도 나의 다이어트 이야기가 나오면 신혼초 '저 때' 이야기를 들먹이며 나를 놀린다. 이제는 하도 놀려서 별 감흥이 없을 정도지만, 연초를 맞이하여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신혼초에 저렇게 건방지고도 자신감 넘치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내가 고무줄 몸무게였고 독신 때는 10킬로-15킬로 오르내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살찌면 저녁 거르고 신나게 운동하면 한 달 새 10킬로 정도는 빠져있었다.


결과적으로 요즘 나의 체중은 근육질-펑퍼짐-마름을 오가는 중이 아니라, 뚱뚱-완전뚱뚱을 오가는 패턴으로 완전히 접어들었다. 나는 뚱뚱하다. 치킨과 맥주를 끊겠다는 이야기는 월례회처럼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원점으로 돌아가 자기 전 맥주 한 캔을 '칙-'따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핑계라고 한다면 나 자신에게 쏟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뿐이다.

부대 일과 집안일,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들을 재우면서 잠들기일 수다. 잠을 줄여 새벽 운동을 하거나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푸시업을 하는 것 들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일회성으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식단을 조절하는 것은 정말 더 어려운 분야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내고 있는지 매일 밤 먹부림으로 폭식을 일삼는다. 농경시절에나 볼 수 있을 고봉밥을 두 세 공기씩 먹는가 하면, 아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까지 모조리 먹어치우기 때문에 살이 안 찌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게 나의 체중은 84-88킬로를 오가며 '신혼초'의 '스웨그'를 무심히 비웃는다.


다시 본점으로 돌아와,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으로서 어떤 몸매를 가질 것 인가를 생각해보았다.

뚱뚱이는 6년이나 했으니 이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가고 싶다. 하지만 근육을 만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지금도 임신으로 힘든 아내를 위해 집안일과 육아에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과연 아내의 배가 더 부르면. 아니, 쌍둥이가 태어날 6월 이후에는. 도대체 어떻게 하루하루를 지켜나갈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건방지고 자신감 넘치는 목표를 세우던 예전과 다르게, 올해 나의 목표는 체중도 체형도 아니다. 그저 가정을 든든히 지킬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활기차기. 그게 나의 목표로 적합할 것 같다.


틈날 때마다 자두고, 건강한 음식으로 든든히 먹고, 너무 지치지 않게 체력을 유지하는 것. 그렇게 올해를 버텨야겠다. 뭐 대단한 자기 계발이나 운동은 접고 말이다.


올해는 가족을 잘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와 네 자녀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쓰러지지 않고 잘 버텨야겠다. 든든히 자리를 지켜야겠다.



"여보, 애들이 좀 크면 다시 물어볼게. 근육질이 좋은지 뚱뚱이가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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