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축복과 축하를 받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인사에 더불어 "고생했다", "고생 많았다", "힘들지-" 라며 걱정을 덧붙인다.
물론 아내는 고생했다. 지금까지도 고생했고, 애 낳느라 고생 많았고, 출산 이후에도 수술과 수유로 인해 고생하고 있다. 힘들어 보인다.
그러니 사람들의 인사말 속에 포함되어있는 '고생'에 대한 걱정과 격려가 '아내'를 향한 것이라면 오케이. 나는 메신저로서 그 인사를 아내에게 전달하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콕 집어서 '나'에게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부당하게 이익을 취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그 인사를 받을 수 없다. 나는 지금, 휵아중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출산 전에는 아내를 돌보고 아이들을 돌보느라고 고생을 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장모님께서 첫째, 둘째 아이들을 봐주고 계시고, 나는 이곳 아늑한 입원실에서 아내 옆에 착 붙어 잘 쉬고 있다.
5박 6일간의 입원기간 동안 아내의 '보호자'로서 병실에 함께 생활중이고, '대기'해야 하는 수많은 시간을 통해 충분한 휴식을 하고 있다. 잠도 많이 자고 밥도 잘 먹고 야식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심지어 드라마도, 영화도 봤다. 한동안 손댈 수 없었던 브런치에도 매일같이 육아일기를 올리고 있다. 바야흐로 육아로 지친 몸을 달래는 휵아의 시간인 것이다.
약혐! 디룩디룩 쪄서 퍼질러 자는 모습
나는 여기 병동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알바를 몇 가지 하고 있다. 아내 식사를 가져오고 치우는 일, 아내 옷 갈아입혀주는 일, 아내 머리 감겨주는 일, 유축한 모유를 아이들에게 배달하는 일 등 아주 소소한 아르바이트다.
그러면서 그간 아이들 키우느라 부족했던 아내와의 대화시간을 가지고, 우리에게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생각을 공유하거나 앞으로의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아주 유익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다.
머리 감기기, 기타 연습하기
'아내를 잘 먹여야 한다'라는 명제 아래 이런저런 간식거리를 사다 나르기도 하고, 밤마다 피자며 치킨이며 시켜서는 한 두 조각만 먹는 아내 옆에서 배 터져라 야식을 먹어 치우기도 한다.
아이들 키우면서 이런 여유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민망하고 어색할 정도로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최소 오 년 정도는 우리에게 이런 여유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으니 아가들 만큼이나 소중한 자유시간이라 생각된다.
야식 앞에 두고 재롱부리기
그리고 이제 내일이면 아내는 조리원행이다. 코로나 때문에 아내 아닌 그 누구도 조리원에 들어갈 수 없다. 아가들은 물론, 아내와 2주간 생이별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출근을 하며 아이들을 등하원 시키고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한다.
당연히 그 사이에 빨래도, 청소도, 아가들 맞을 준비도 해야 하고, 부대에서 못다 한 업무들도 처리해야 하며, 보험금 청구, 출생신고, 각종 복지혜택 신청 등 잡다한 행정 업무들도 처리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은 장모님이, 다음 주엔 엄마가 와서 일주일씩 도와주시지만, 그 이후로는 나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니 벌써 아득하고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러니 오늘 밤, 한 동안 오지 않을 나의 마지막 휵아를 소중히 보내고- 푹- 자고, 다가올 육아의 최전선에 임전무퇴해야겠다. 필사즉생으로 육아에 임하고 항재전장의식으로 가정을 지키며 위국헌신의 자세로 가정에 헌신해야겠다.
내 나이 서른다섯. 다음에 정신 차려보면 안팎으로 딴딴하게 단련된 마흔쯤 되어있겠군. 온갖 고뇌와 시련으로 다져져서 어지간해선 미혹되지 않겠어. 암. 그럼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