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아빠를 기록하다

by 글쓰기바라봄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가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버스커버스커 여수 밤바다 중-


여수는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엄마와 아빠가 만났던 곳, 사랑이 시작되었던 곳, 아빠가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하셨던 곳이다. 아빠는 10남매 중 8번째로 태어나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드셨다. 어떻게 순천에서 사시던 아빠가 여수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여수라는 도시에서 삶의 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던 것 같다.


여수에서 아빠가 처음 하셨던 사업은 구두가게인 걸로 알고 있다. 나를 낳기 전에 구두 가게를 했는지 아니면 낳고 나서 시작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화신제화'라는 이름의 구두 가게를 운영하셨다. 그렇게 아빠와 여수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사업때문인지 사랑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탄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이후 아빠는 여수에서 사업을 지속했다. 내가 성인이 되고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지시기 전까지.

내가 대학을 다니다 방학 때 여수에 내려오면 아빠 차를 타고 아빠 회사에 자주 가곤 했었는데 아빠는 돌산대교에서 떠오르는 햇살과 지는 노을을 볼 때마다 너무 아름답지 않냐고 나에게 반문하시곤 했다.


20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여수까지 내려오는 일을 참 나에게 먼 일이었다. 기차나 버스로 거의 5시간이 넘게 차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땅끝마을 같은 곳이었다. 땅끝마을 해남은 이름이라도 유명하기라도 하지. 여수는 진짜 아는 사람이 많이 없는 그런 도시였다. 5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려 내려와 여수에서 방학을 보낸다는 건 나에게 참 지루하기 짝이 없이 일이었다. 부모님이 사시던 아파트는 여수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어딜가나 바다가 보였다. 보통 바닷가 근처는 작은 산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여수 바닷가는 더욱 그랬다. 대부분의 집들은 비탈진 언덕을 따라 위치해있다 보니, 언덕위에 있는 집들은 바다가 잘 보였다. 내가 살던 집은 그 중에서도 더 높은 곳에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도 바다가 보였고, 밤에도 당연히 보였고, 집으로 올라오는 모든 길에 바다가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바다는 나에게 너무 흔했다. 별로 소중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노을을 볼 때마다 아름답다고 하는 아빠가 이해될리 없었다. 그냥 중년의 나이에 참 감성적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저녁이 되면 엄마와 함께 여수 밤바다를 산책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바닷가 산책길이 있었고, 동네 분들이 모여서 저녁에 그곳에서 운동도 하시고 산책하며 걷는 사람들이 많이 있던 해양공원이었다. 그 길을 걸으며 엄마와 했던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 그 길 사이사이에 있는 가게들에서 아빠와 삶에 대해 나누었던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우리 가족은 여수를 떠나게 되었다. 그러부터 몇년 후 버스커버스터의 여수 밤바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수는 그 이후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아빠가 그토록 아름다워했던 도시가 전국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도시가 되었고, 이제는 여수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일이 생겨버렸다. 20대에 여수라는 도시는 무명에 가까웠는데 우리 가족이 아빠의 뇌출혈로 여러가지 사건을 겪었던 나의 30대에 여수는 유명해졌다.


나는 여수 밤바다를 들을 때마다 여수의 뜨는 해와 지는 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 자신의 일까지 사랑했던 건강했더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빠의 안목이 높았던 걸까? 아빠만 사랑했던 여수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도시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아빠는 그토록 사랑했던 도시에 우리의 도움 없이는 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세월이... 아빠의 건강이 참 야속하다. 그렇게 사랑했던 도시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리울까? 그리운 여수, 그리운 여수 밤바다를 보지 못하고 그냥 세월을 보내고 있는 아빠가 안쓰러운 밤이다.


아빠를 모시고 또 가야할 곳이 생겼다. 아빠의 청춘이 있는 도시, 여수 그곳에 가서 아빠와 함께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아빠의 눈이 정확했음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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