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열바퀴

아빠를 기록하다

by 글쓰기바라봄

세상의 모든 아빠들을 위한 기록

지금의, 과거의, 앞으로의

아빠를 그리워할 사람들을 위한 기록


대학 다닐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름 방학 때 집에 내려갔는데 아빠가 요즘 집 근처 운동장에서 아침마다 운동을 하신다고 하셨다. 방학이라 늦잠을 자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아빠가 운동을 가신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따라서 나간 적이 있었다. 운동을 하던 곳은 그냥 학교 운동장 크기가 아니라, 여수에 진남체육공원종합운동장이라고 굉장히 큰 운동장이었다. 우리가 TV에서 전국체전같은 경기를 하면 레일이 그려져 있어 선수들이 뛰던 그 정도 크기의 운동장 말이다.


아빠는 요즘 매일 아침마다 그 운동장 트랙을 따라서 10바퀴를 돌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운동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셨고, 그날 아침에 따라 갔을 때에 난 아빠가 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빠는 원래 운동을 참 좋아하고 잘하는 분이셨다. 그런데 매일 꾸준히 하는 운동을 하는 아빠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라 신기했다. 아빠가 운동을 한다고 하니 나도 왠지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방학 어느 날, 아빠를 따라 갔다가 나도 운동장 열바퀴를 뛰기 시작했다. 20대의 나는 뛰는 것도 좋아했고, 체력도 꽤 괜찮았기 때문에 아빠를 뒤따라 열바퀴를 도는 것에 대해 별로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심지어 40대 후반인 아빠도 뛰시는데 내가 못 뛰겠어? 하는 생각으로 돌았다. 좀 힘이 들긴 했던 것 같은데 어찌어찌 열바퀴를 채웠다. 그런데 당일 날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날 갑작스럽게 과한 운동을 경험한 내 근육들은 놀라서 온 몸이 아프고 걷기 조차도 힘들었다. 얼마나 아팠던지 며칠 종아리가 당겨서 제대로 걷는 것도 어려웠던 듯 하다. 나는 그렇게 딱 하루 정도 운동을 따라가서 뛰었다가 며칠 아파서 그 이후로는 거의 못 따라갔던 것 같고, 아빠는 그 이후에도 매일 같이 한 동안 가서 운동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빠를 생각하면, 그 때 운동장에서 열 바퀴를 뛰고도 토끼뜀을 하면서 운동을 더 하셨던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배구, 축구, 야구, 스키 가리는 것 없이 참 운동을 잘하셨던 아빠. 그렇게 잘 뛰었던 아빠를 따라서 무작정 뛰었던 나. 하루밖에 못하고 누워버렸던 나보다 늘 성실하게 열심히 무엇이든 했던 아빠.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늘 노력했던 아빠. 아빠는 운동만 꾸준히 했던 게 아니었다. 늘 책이 한권 들어갈만한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셨고, 그 가방에는 책 한권이 들어있었고, 바쁜 와중에도 책을 늘 읽으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또 늘 글을 쓰셨던 아빠. 일기같은 것을 쓰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빠는 자신의 업을 치열하게 하면서 운동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를 자주 생활에서 빼지않고 했던 그런 분이었다. 내가 일을 하면서 살아보니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라는 부분을 알게 되었다.


20대에는 단지 하루 밖에 뛰지 못했던 나는 가끔 나와의 약속을 위해 운동을 하고 글을 쓴다. 이것도 아빠 덕분일까. 내가 무언가 꾸준히 해서 결과를 얻는 다면 그런 뒷모습을 늘 보여줬던 아빠 덕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순간이다.


매 순간 참 성실했던 우리 아빠. 그런 아빠를 이렇게 기록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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