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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Jun 25. 2024

내가 만난 뉴질랜드

새로워진 나를 만나다

“뉴질랜드는 어땠어?”     


한국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지인들을 만나면 듣게 되는 첫 번째 질문이다. 그들이 이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단순히 뉴질랜드에 대한 호기심도 있겠지만, 그보다 나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다. 호기심만 있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널려 있으니 굳이 내 얘기가 아니어도 된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고작 11개월 정도 살았을 뿐이다. 나보다 더 오래 뉴질랜드를 살았던 분들이 그 나라에 대해 더욱 많이 알고 계실 거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수 있고 뻔하디 뻔한 워킹홀리데이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내가 만난 뉴질랜드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뉴질랜드는 섬나라여서인지 비가 자주 내렸다. 어떤 날은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로 비바람이 몰아쳤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지개가 뜨며 변덕을 심하게 부렸다. 어떤 날은 친절한 버스 기사님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가도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갑작스럽게 버스가 취소되는 날이 종종 있어서 화가 폭발하기도 했다. 버스 취소가 웬 말이냐고. 지금도 뉴질랜드 버스 시스템은 이해할 수가 없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했다. 캐셔로 일할 때, 그저 계산만 해도 그들의 리액션은 ‘so sweet, nice, great’을 연발했다.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그쪽에서 미소를 짓거나 인사를 먼저 건네주었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되어서 어색했는데 나중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할 만큼 그들의 문화에 젖어들어있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빠르게 복귀가 되었지만 말이다.     


뉴질랜드는 아이들에 관대한 나라다. 고등학교까지는 무료 교육을 지원한다. 보통 도네이션비(기부금)를 요구하지만, 이것 또한 자발적이다. 그래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 와서 이민 생활을 시작하거나 짧게라도 아이들이 외국에서 교육을 받도록 해외살이를 하는 한국의 부모님들을 봤다. 일하면서 만났던 분 중에는 한국에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것을 보며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겠다 판단하여 4살 된 아이를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민 온 가족도 있었다.     


그만큼 환경적으로 자연이 잘 보존된 나라여서 공기와 물이 깨끗하고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분위기도 여유롭고 맨발로 다니는 어린이와 성인들도 종종 볼만큼,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들도 요즘 핫한 맨발 걷기의 효능을 알고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만.     


무튼 이 나라에 살면서 신기했던 점은 카페 마감 시간이 보통 오후 3~4시였던 것 외에 반려견 문화였다. 이곳은 가히 개들의 천국인 나라였다. 개를 키우려면 주인은 법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며, 반려견을 의무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게다가 반려견을 나라에 등록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까지 낸다는 말에 정말 충격받았다. 그러니 우리나라처럼 유기견이 많을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대형견도 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사람이 지나갈 때도 얌전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자외선이 너무 강해서 선크림을 덧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금방 상하고 없었던 햇빛 알레르기가 생기는 사람들을 봤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생기는 사람도 있었다. 또 외부 공기는 맑지만 집은 구조상 바닥에 카펫을 사용하는 문화여서 오히려 비염이 심해지거나 전보다 아토피가 심해지는 분들도 있었다. 나의 경우 비염이 심해지진 않았지만, 기미와 주근깨가 많이 생겼다.     



사실 내가 만난 뉴질랜드는 마냥 좋기만 한 곳은 아니었다. 그곳에 살기 전에는 해외 살이에 대한 로망이 가득했기에 막상 현실에 부딪히면서 실망도 하고 인생의 쓴맛을 많이 봤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뉴질랜드를 만나며 인생의 깊이를 더해가고 알지 못했던 새로움을 발견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정과 평가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나를 만나게 되었다. 결국 내가 만난 뉴질랜드를 통해 새로워진 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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