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다이빙 스프링보드 결승에 오른 우하람 선수의 모습에서다. 스프링보드 위를 걸어 나오는 우하람 선수가 보드 끝에 뒤돌아 선 채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의 손목 붕대에 앵글의 초점을 맞췄다.
"그냥 하자"
그 어떤 선수들의 기합소리 나 파이팅에 대한 제스처, 각오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한데 강렬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다.
단지, 선수의 마음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저 네 글자가 가진 힘, 조용하고 담백한 표현이지만 나에겐 더없이 큰 역동을 일으켰다.
그의 말이 곧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가장 적절한 표현이자, 나에게 필요한 가장 정확한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삶의 시련? 씁쓸한 경험? 성장통? 그런 것들로 인해 한동안 질퍽거리고 주저앉곤 했었다. 그러다 이제 좀 일어나 볼까? 비로소 그 마음이 드는데 역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어제의 그 물이 아니다. 내가 서 있던 자리, 나는 그냥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내 내가 서 있는 주변의 물살이 그리고 발에 와닿는, 내가 체감하는 온도가 너무나 다르다. 돌아보니 내가 서 있는 자리조차도 어색하고 주변도 낯설다. 흔히 하는 말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활활 타오르던 오늘의 각오가 내일 아침이면 타고 남은 모닥불 잔재처럼 사그라든다.
이 어정쩡한 오십이란 나이 뒤에 숨기도 멋쩍고 그렇다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자니 괜히 더 주책맞아 보인다. 날마다 계획을 세우며 각오를 다지고 저녁이면 스러지는 하루살이 인생. 내 모습이 딱 그래 보였다.
이런 내 눈에 "그냥 하자"가 딱 들어온 것이다.
하루 이틀 해 오던 게 아니다. 고민하고 연구하고, 통렬한 자기반성에 거듭거듭해보는 자기 성찰, 애쓰고 용쓰고 몸부림치다 자괴감에 나자빠져 보기도 하고. 다 그만둘까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나 나나.
그리고 그 숱한 불안과 두려움, 자괴감과 복잡한 생각들에 등을 돌리며 마지막 결정이 그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