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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봄 Jul 18. 2024

28. 몇 대 몇?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jtbc에서 좀 특이해 보이는 관찰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박보검, 박명수, 염혜란 등이 나와 생각해보지도 못했을 완전 딴 세상, 먼 나라 남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72시간을 그 타인으로 살아보는 콘셉트이다.  방송 소개에 따르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면? 세계 80억 인구 명의 이름으로 갑작스럽게 살아가게 황당하고도 특별한 72시간이 시작됩니다."


박명수는 대한민국의 코미미디언으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태국 치앙마이의 어느 거리에서 태국 간식을 타는 35살의 가장이 되고 박보검은 먼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날아가 합창단에서 지휘를 하며 셰어하우스에서 거주하고 푸른 눈에 백발인 부모를 찾아가 인사를 드린다.

염혜란은 중국 충칭으로 가서 기네스북에도 오른 세계 최대의 훠궈식당에서 매니저로 일한다. 그녀에겐 트레이너 남편과 아들, 그리고 어머니까지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나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댄서, 안무가 가비는 멕시코에서 미성년자이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 거리의 악사로 72시간을 살아본다니.

설정이 다소 놀랍고도 신선했다.


성경 속에서 예수님의 탄생과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예고했던 대천사 '가브리엘'

그래서 프로그램 제목에도 그 이름을 따온 모양이다.

이 프로그램이 인상 깊었던 건 설정도 신선했지만, 보면서 어느 날 남편과 내가 나눈 대화가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기야, 만약 다시 산다면. 여기 이렇게 사는 거 말고 다르게 살아볼 수 있다면 어떻게 살고 싶어?"

"그냥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경제적 지원을 빵빵하게 받으며 원 없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그런 거 말고, 완전히 딴 세상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말이야."

"됐어, 아주 배가 불렀지. 바람대로가 아니라 잘못하다가 저-기 북한 아오지 탄공에서 괭이질을 해봐야~"


결국 웃음이 빵 터지며 허황된 대화도 끝이 났지만 살면서 그렇게 한 번쯤은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

그뿐이랴. 

자식을 안 낳았다면?

우리의 부모가 지금과 달랐다면?

성별이 바뀌어 태어났다면?

사는 지역이 이곳이 아니라면?

그때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선택을 다르게 할 수 있었다면?

그때 시험 점수가 달랐다면?

급기야 내 엄마가 내 아빠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한 때, 주어진 현실이 몹시도 피곤하고 괴로울 때 특히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아쉬움이 크고 가져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도 크고 후회도 크지만.

설령 주어진 새로운 선택과 삶 안에서도 역시 결론은 51:49이지 않을까?


단 사흘간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타인으로 살아보는 그들도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72시간 동안 내어준 그 들도 벗어나 보지만 결국은 51:49로 돌아오지 않을까?


다만, 정말 다만 지금의 이 현실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암울하고 처절하게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겐 100:0의 선택이고 싶을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마이네임이즈가브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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