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을 전후로 나는 사춘기라는 태산을 넘어오느라 내 일과 내 길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거기다 함께 배우며 일하던 공동체에 대해 회의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던 차, 어느 날 '서운함'이란 이름으로 내 안의 열등감이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잠수 타듯 웅크린 채 가라앉아 지내며 있다가 슬슬 다시 일어나고 싶어졌다. 혼자는 역시 외롭고 초라하다.
그러다 지푸라기라도 잡히기만 한다면 그걸 핑계로 나오고 싶었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콘텐츠로 강사 양성 과정 소식을 듣게 됐다. 경단녀를 위한 길잡이 같은 단체 '여성인력개발센터'
강사 양성과정인데, 기존 강사활동을 했던 이들에게 우대하는 조건.
면접까지 거쳐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모두 16명.
나처럼 강의를 하던 사람도 있고, 협동조합에서 강의와 기획 일을 하던 사람, 오랜 직장생활을 하며 그 조직 안에서 교육 담당으로 일했던 사람, 직접적인 강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강사로 인생 후반기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미혼 보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의 적극성은 미혼일 때보다 그 에너지가 훨씬 강한 것 같고, 양육자라도 초등 양육자 보다 중등 양육자의 에너지가 더 강한 것 같다. 또 40대 중, 고등학생 양육자 보다 50대 이상 중년의 에너지는 더더 강한 듯하다.
계기만 주어지면 어떻게 참았을까 싶을 만큼 열정적일 수 있는 사람! 청년 그 이상의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 바로, 중장년층일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면 '아줌마의 힘!'
올여름, 내가 바로 그런 에너지 넘치는 집단을 만났다.
함께 뛸 수 있다는 행복감
5주간 매일 아침에 만나 4시간 수업을 들었고, 함께 참관 수업을 다니고 현장 체험학습을 가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장마로 폭우가 쏟아지던 날도, 한 여름 찜통 같은 무더위에도 만났다. 한 달 넘게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서로 간의 거리가 매우 친밀하게 가까워졌다. 처음에 낯설고 경계하던 마음도 사라지고 하나하나 장점들이 보였다.
그리고 어떻게든 함께 하고자 하는 연합의 자세, 연대감, 배움을 이어가고자 하는 다짐, 시작하는 사람의 설렘과 기대, 어떻게든 무엇이든 되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이 내겐 메마른 땅에 단비처럼 다가왔다.
내가 꽤 오래 잊고 있었던 것.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2인 3각 같은 동행이 내게 얼마나 감사한 에너지가 되는지 모른다.
처음 시작하는 이들의 열정, 너무 귀한 만남이다.
그냥, 누군가 내 곁에 있다는 것!
나와 함께 다시 뛰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우리가 함께 일 수 있다는 것!
다시 '시작'이다.
이 '시작'이란 말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끊임없이 노력하라. 체력이나 지능이 아니라 노력이야말로 잠재력의 자물쇠를 푸는 열쇠다." -윈스턴 처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