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충돌증후군이 한 번씩 찾아온다.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고 팔을 무심히 훅 뻗거나 살짝 부딪치면 1분 정도 숨쉬기가 어려울 만큼 통증이 심해졌다. 한두 번이 아니라 버텨보다가 결국 정형외과 주사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던 중에 치과에서 정기검진 연락이 왔다. 임플란트 시술 후 스케일링 등 관리차 부르는 정기검진이었다. 그런데 막상 치과 베드에 눕고 나니 시급한 치료가 있다고 한다. 견적이 더 커지기 전에 시작해야 할 치료라 한다. 의사가 조언이 과장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다. 의사의 조언을 수용하는 게 무조건 이득임을 알고 치료를 결정했다. 견적이 상당해서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꾸만 혼자 써대는 병원비가 늘어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며칠 후면 친정엄마도 대학병원 진료차 올라오신다. 이래저래 마음이 어수선했다.
어깨 통증은 두 번의 치료로 조금은 차도가 있지만 만족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치과 치료를 앞두고 부담 때문에 세 번째 치료를 미루고 참고 있었는데 통증이 더 심해져서 결국 병원을 찾아 주사를 더 맞고 왔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어느새 그치고 나니 초록빛 가로수의 싱그러움이 눈에 들어왔다. 빌딩 앞 알록달록한 화단의 꽃들도 더없이 예쁘고.
왠지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뭐 하지? 약속도 없고 갑작스레 불러낼 친구도 없다. 길 위에 서서 묻는다.
'나는 뭐 할 때가 행복하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어디서 무얼 할 때가 행복하지? 고민이나 걱정을 잊지? 순간적으로 엔도르핀이 도는 나의 행복스폿은 대형 패션아웃렛이다. 단 여기는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내게 환기가 되는 일은 예쁜 꽃과 정원이 있는 곳에서 산책도 하고 벤치에 앉아 쉬는 것인데 이건 또 신체적 에너지가 있어야 움직일 마음이 난다. 그 보다 더 쉬운 힐링 스폿은? 베이커리 카페다.
종종 혼자 베이커리 카페를 찾곤 했는데 오늘은 좀 더 분위기가 좋은 곳을 방문해야겠다 싶었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예쁜 정원,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 앞에 카페가 있다. 비가 온 후라 빼곡히 심어놓은 철쭉과 막 피기 시작한 라일락, 미니 계곡에 설치된 분수, 물 흐르는 소리, 모든 게 완벽했다. 그렇게 혼자 막 구워져 나온 부드러운 빵과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놓고 쉼표의 시간을 가졌다. 당장 내 입과 코를 즐겁게 해 줄 먹거리 앞에 잠시 머릿속 먹구름을 잊는다. 창 밖으로 보이는 초록의 싱그러움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이내 오늘 내 마음의 상태와 원인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신체적 고통, 병원비라는 현실 불안, 남편에 대한 미안함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 보다 더 밑에 깔려있는 건 '시간에 대한 방황'이다. 간단한 병원 진료 외에 딱히 정해진 할 일이 없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모를 때. 나는 공허감을 느끼고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잘 모르고 무료함 보다는 불안정? 은근 불안을 느끼나 보다. 이것이 오늘 내 마음의 진짜 이유였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 마음이 왜 이런지도 모르겠는 마음. 딱히 불안이라기보다는 뭔가 좀 불안정한 상태. 그리고 방법도 모르겠는 정신적 블로킹 상태.
다행히 나의 힐링 스폿은 정신적 블로킹 상태에서 제대로 환기가 되어주었다. 내가 왜 이런지를 들여다보게 했으니까.
"정신적 블로킹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창의적 휴식 시간을 갖는 게 좋다. 문제를 아예 완전히 잊어라! 이렇게 하면 일종의 생산적 망각 상태가 된다. 이때 좋은 점은 고착의 극복이 완전히 수동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머리를 너무 쥐어짜지 말고 약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 <마음의 법칙>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포레스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