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업을 하면서-
고 3 학생들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업을 했다. 입시가 코 앞이라 바쁘기만 한 아이들이 3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내어 이 수업을 하고 싶어 했다. 긴 시간을 할애해 수업을 원했던 학생들에게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리고 별처럼 빛나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인간의 의무는 자신의 본성대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 인간의 의무는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모든 사회적 의무는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루어져 있는 것들이다. 선한 것, 법적인 의무,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무언가들... 하지만 헤세는 그저 순응하며 따르지만 말고 내 안에 솟아 나오는 무언가로 바꾸어 행하라고 말했다.
내 나이 또래 이상의 어른들은 세속적인 것들에 무척이나 순응적이다. 아무런 고민 없이, 고민할 필요조차 없기나 했던 것처럼 명품, 좋은 차, 좋은 집, 돈 이런 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조차 힘에 겨운 듯, 누군가에게 통화를 하고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 명품, 차, 남편 이야기, 돈 등 세속적인 어떤 이야기들을...
나는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현상들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자신 안에 길을 가길 바란다. 치열하게.
어려운 일이다. 세상은 온갖 세속적이며 편견과 두려움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내 안에 솟아오르는 것들에 자신을 맡기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이 아닐까? 그 길이 비록 외로운 길일지라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제가 아는 언니 한 분이 명품 이야기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도 강요를 해서 스트레스받는 부분도 썼습니다. 다들 각자의 길을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하지만 세속적 틀에 메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강요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것 같아요.
길에서 우연히 그 언니를 볼 때마다 누군가와 통화하며 걷더군요. 사실 제 눈에는 그 모습이 그 누구보다 허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