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나의 바람은-
나는 아침, 저녁으로 기도를 한다. 특별히 믿는 신은 없지만, 내 안에 가치관을 지키려고 기도한다. 그중 특별하게 하는 기도 중에 하나는 내가 하고 있는 논술 수업에 관한 기도이다. 나는 논술 수업을 시작하고부터 기도를 했다. 처음에는 수업하고 있는 아이들이 나와 끝까지 수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점차 그 내용이 바뀌었다.
먼저는 아이들이 수업을 즐겁게 할 수 있길 기도한다. 무엇이든지 즐겁지 않으면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성을 깨치는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 자신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들과 세계의 가치성을 깨닫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수업을 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한 직업을 원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 남자아이들은 좋은 직장을 얻어, 많이 벌고 나머지 시간은 번 돈을 쓰면서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능력 있는 사람이 되면 예쁜 여자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여자 아이들은 돈을 많이 벌고 멋진 차를 끌고 다니면서 잘생긴 재벌 총수와 결혼하는 일이 삶의 목표하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강남에 빌딩을 사고 돈 많은 백수가 되길 꿈꾼다고도 했다. 나는 아이들의 말속에서 이 사회의 절망과 아이들 마음 깊숙이 새겨져 있는 절망의 빛을 발견한다. 돈은 힘이고, 돈을 가지지 못한 자는 도태된 자이며 절망하는 자이다. 돈을 가지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 절망하지 않으려면 세상이 알아봐 주는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상이 알아봐 주지 않는 사람은 실패하고 도태된 자이다. 자본주의 논리는 인간 고유의 가치성을 잃게 했으며 나답게 사는 가치성의 소중함을 잃게 했다.
나는 기술적으로 글을 잘 쓰는 아이들보다 단 한 줄을 쓰더라도 생생한 체험과 깨달음이 담긴 글을 쓰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영혼이 담긴 글을 쓰는 사람은 내면에 잠재된 사랑의 힘을 발견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고운 마음을 발현하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이루는 일이라면 보다 많은 아이들과 함께하며 고유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가 되길 기도한다. 더불어 아이들과 함께 내 삶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