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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경 Nov 01. 2020

원래 첫 문장이 어렵다

3. 땅 다듬기

어떤 글을 어떻게 쓸지 설계까지 마쳤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땅이에요.

땅이 고르고 단단하지 않으면 그 위에 어떻게 쌓아 올려도 휘청거립니다.



글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시작이 좋지 않으면 뒤에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힘듭니다.

그래서 글 쓰시는 분들은 시간의 대부분을 첫 문단 작성하는 데 사용한다고 해요.


이처럼 중요하고도 어려운 첫 문장은 땅 다듬기와 같습니다.

실제 건물을 지을 때 쌓아 올리는 것보다 땅 다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요.


이처럼 중요한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첫 문장 단단히 하기


첫 문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다음 문장을 읽도록 하는 것입니다.

첫 문장에서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바쁜 고객은 냉정하게 뒤로 가기 혹은 닫기를 눌러버릴 테니까요.

매정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다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첫 문장을 세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3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는 '호기심 끌어내기'입니다. 

호기심을 끌어내기 위해 좋은 표현은 바로 의문형입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대화할 때를 잠시 떠올려 보세요.

쉬는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는 내게 친구가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너 그거 알아?"라고 운을 띄웁니다.

그 순간 아무 생각 없던 제 머리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뭘 말하는 건지 궁금해서 친구의 얘기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것 없이 다짜고짜 친구가 다가와서

"미연이는 밥을 먹었어. 그런데 밥이 맛이 없었어. 불평불만이 많은 아이야..."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황당하고 어이없는 것은 물론, 갑자기 혼잣말하는 듯한 친구가 무서워지기까지 합니다.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위한 글은 소통을 위한 것이에요.

그렇기에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혼잣말은 바로 외면을 받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을 고려하며 적당한 말을 합니다.

그런데 유독 글은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글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가까운 친구와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을 때 어떻게 말해야 친구가 좋은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본다면, 좀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첫 문장을 쓰는 요령 두 번째는 '이익 제시하기'입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모두가 바쁩니다.

그렇기에 우물쭈물하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은데 자꾸 "있잖아.. 그래서 말인데.. 실은..."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답답함에 짜증이 납니다.


마찬가지로 첫 문장에서 당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는 말을 하고 있으면 더 이상 읽지 않습니다.

시간만 낭비될 뿐, 나에게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에요.

그러므로 초반에는 이 글을 끝까지 읽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제시해야 합니다. 


첫 문장의 목표는 두 번째 문장을 읽게 하는 것입니다.

별로 재미없어 보이는 글이지만 그럼에도 읽는다는 것은 계속 읽다 보면 내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반에 호기심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다짜고짜 이익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때 숫자로 표시하면 더 효과가 좋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글을 쉽게 쓸 수 있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글을 쉽게 쓸 수 있는지 3가지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이렇게 써 보세요.


숫자가 들어가면 글자만 있을 때 보다 더 집중이 됩니다.

또 몇 가지 말할 것이라고 이미 제시를 했기 때문에, 혹시나 첫 번째 내용이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두 번째나 세 번째가 있음을 알기에 기대하며 더 읽을 수도 있거든요.


첫 무장을 쓰는 요령 세 번째는 '공감 얻기'입니다.


늘 강조했듯이 마케팅에서 고객은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고객의 이야기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글을 잘 쓴다는 것만 어필하며 글 쓰기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하면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당연히 "너는 원래부터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나 보지. 나는 그렇지 못해 안돼."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탈모 약을 판매하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풍성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약의 효능에 신뢰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처음에는 "~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는데 이겨냈습니다."처럼 같은 입장이었으나 그 문제를 해결했음을 알립니다.

이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라고 느껴져 관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감은 고객의 문제를 내가 잘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감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덧붙여 그 문제를 잘 아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꼭 어필하세요. ^^


첫 문장 적절히 사용하기


첫 문장은 무조건 다음 문장을 읽을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의 종류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나 흐름이 달라지므로 첫 문장을 적절하게 사용했을 때 다음 문장에도 눈이 갑니다.


공익 광고나 신제품을 출시해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글들은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문장이 좋습니다.

전혀 관심도 없던 분야이기에 관심을 환기시킬 만한 것이 필요한데, 이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호기심이라는 감정이거든요.


변호사 사무실이나 병원 등을 홍보하며 전문 지식을 설명하거나 정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때는 처음부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익을 명시하는 것이 좋아요.

이 때는 재미보다는 정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숫자가 들어감으로 전문성을 강조하면 효과는 더 배가 됩니다.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가치 입증할 만한 사례가 부족하다면 내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보세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비슷한 환경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갓난아기는 자주 토하는데 어떻게 하면 역류를 방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한 엄마는 직접 역류방지 쿠션을 만듭니다.

과학적인 설명이나 유명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직접 본인이 겪었던 어려움을 해결한 스토리 덕분에 같은 어려움을 겪은 엄마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지 않았지만 공감을 얻은 스토리는 스스로 살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영업 사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내가 가진 장점과 내 상품의 가치, 독자 등을 잘 분석해서 알맞은 첫 문장을 만들어보세요. 


땅을 잘 다듬으면 건물을 잘 지을 수 있듯이,
첫 문장을 잘 쓰면 다음 문장은 더 쓰기 쉬워지고 큰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긍정적인 도미노 효과예요.

첫 문장을 만들 때 사용했던 이 방법들은 나중에 제목을 지을 때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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