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미루고 싶은 퇴고
글쓰기를 초콜릿에 비유한다면, 퇴고는 초콜릿의 가장 중요한 성분인 카카오다. 카카오 성분이 50% 이상인 초콜릿을 다크초콜릿이라고 하는데, 카카오 성분이 높을수록 색이 검고 쓴맛이 강하다.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초콜릿의 품질이 좋아지는 것처럼, 글쓰기에서도 퇴고 과정이 쓰지만 글의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고쳐 써야 하는 형벌을 받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쓰려고 했던 것은 그게 아니니까 말이에요.
-제임스 설터
오죽하면 형벌이라고까지 했을까. 퇴고는 작가라면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고 최대한 미루고 싶은 과정이다. 하지만 단 한 편도 예외 없이 모든 글은 퇴고가 필요하다. 글은 퇴고하면 퇴고할수록 좋아진다.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공들여 퇴고하자.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퇴고가 끝났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초고를 쓰는 과정과 퇴고하는 과정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초고를 쓸 때는 짧은 시간에 쏟아내듯이 써내려 가는 게 좋다. 중간에 틀린 부분이나 고치고 싶은 내용이 발견되어도, 절대 고쳐 쓰지 않고 마구 써 내려가는 게 좋다. 편집이나 검열이 시작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어진다. 초고를 쓸 때는 판단이나 비평하지 말고 몰아치듯 글을 쏟아내자.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끄집어낸 후, 퇴고 단계에서 걸러낸다.
퇴고할 때 꼭 기억해야 할 3가지 원칙
초고를 완성한 뒤, 바로 퇴고에 들어가지 않고 원고를 덮어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퇴고에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 고쳐야 할 부분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원고를 덮어두고 묵히는 시간에 글을 쓰면서 뜨거워졌던 머리를 식히고,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마감에 여유가 있다면 오래 묵힐수록 좋다. 제임스 설터는 원고를 최소한 한 달은 치워두고 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짧아도 일주일 이상은 원고에 손도 대지 않고 묵혀두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첫 번째 퇴고가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로 최소한 일주일 이상 원고를 묵혀 두었다 두 번째 퇴고를 시작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글을 좋아진다. 퇴고에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빨간펜 선생님이 된 듯, 처음부터 북북 빨간 줄을 긋고 고쳐쓸 수 있어야 한다. 자존심 같은 건 개나 줘버리고, 원고가 새빨개지도록 고치는 게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쓴 글이라는 생각을 지우고 남의 글 보듯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차가운 머리는 결국 '거리 두기'에서 나온다.
보통 눈으로 읽으며 퇴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리 내어 원고를 읽으면서 퇴고하는 것이 좋다. 눈뿐 아니라 귀까지 활용해서 퇴고할 수 있기 때문에, 눈으로만 보았을 때 발견하지 못한 부족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문장을 귀로 들으면 문장에 담긴 리듬이나 운율을 더 잘 느낄 수 있어, 문장을 더욱 아름답게 다듬을 수 있다.
초고는 알레그로, 퇴고는 안단테!
초고를 쓸 때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쓰되, 퇴고는 최대한 천천히 공들여하자.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소설미학으로 소설가 등단. ‘책과 함께’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강연 신청 및 상위 1% 독서 커뮤니티 무료입장, 1:1 글쓰기 코칭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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