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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l 07. 2020

도서관에 꽂힌 수많은 책들이 가짜였다고?

전주시청 책기둥도서관

여행 중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책을 많이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책을 읽는다면 그런 문제가 없겠지만, 취향상 종이책을 고집한다. 책을 만지고 책갈피를 넘길 때 느껴지는 질감이나 종이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여행에는 겨우 한두 권만 챙겨 조금씩 아껴 읽곤 한다. 그리고 도서관이나 서점을 발견하면 꼭 들른다.


전주에서 머문 지 6일째 되는 날, 책기둥도서관을 찾았다. 시청 로비에 작은 서점 여럿이 책을 기증해 만들었다는 소개 문구를 보고 끌렸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사방이 책이다. 2층 높이까지 모든 벽에 책이 그득 꽂혀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설렜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2만 권 정도라면 읽고 싶은 책을 찾기에 충분하다. 



책기둥도서관 2층


1층은 카페가 있어 조금 어수선했지만, 2층은 한가해서 책을 읽기에 맞춤했다. 책을 두 권 정도 골라 작은 책상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각자 책을 골라와 책상과 소파를 번갈아 이용하며 책을 읽었다.



책기둥도서관 1층은 카페가 있어 어수선하지만 2층은 비교적 한가해 책 읽기 좋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너무 높은 곳에 꽂혀 있어서 뺄 수가 없어.
그래? 분명히 사다리 같은 게 있을 텐데.


높은 곳에 꽂힌 책은 그저 바라보기만...


아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두어 시간 기분 좋게 책을 읽고 그곳을 떠나왔다. 꽤 좋은 인상을 가지고. 그러다 책기둥도서관 관련 기사를 읽게 되었다. (2020.4.12.KBS 뉴스 참고) 도서관을 그득 채운 책들이 전부 진짜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손에 닿지 않은 높은 위치에 꽂혀 있는 책들은 겉모습만 책일 뿐, 모형 책이라고. 그제야 아이가 사다리를 찾지 못한 것이 이해되었다. 진짜 책을 5800 권 구입할 때, 전시용 모형 책을 2800 권 구입했다니, 적지 않은 책들이 모형이었던 것이다.


책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책을 읽고 싶은 기분이 생기니 모형 책의 효용을 무조건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바라보며 황홀해했던 그 책들이 가짜였다는 걸 알게 되니 허탈했다. 여행자의 마음이 이럴 때,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마음이야 더 말해서 무엇할까.


여행을 하며 나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을까? 눈을 뜨고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정말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도서관에 꽂혀 있는 가짜 책들을 떠올리며,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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