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향하는 첫 발걸음
그날 밤은 달빛보다 가로등이 더 환한 밤이었다. 아이는 그날 밤도 잠들지 못하고 힘겹게 뒤척이며 짜증을 내던 중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옆에 누워 지켜보다가 이따금 손을 만지거나 몸에 손을 올리며 나의 존재감을 전하고 있었다. 가로등이 비치지 않는 아이의 방 창을 통해 달빛이 은은하게 내려와 움직임과 아주 옅은 모습만 비칠 뿐 주변은 고요하고 어두웠다. 어둠에 익숙해진 나는 아이를 바라보고, 어둠 속이 더 익숙한 듯한 아이도 나를 잠시 응시하였다.
그 순간. 마법이 일어났다.
정말 처음으로 나를 발견한 것 같은 눈빛으로 아이는 나를 응시했다. 나는 얼음처럼 멈추고 미소를 지어보려 애를 썼지만 너무 놀랐기에 그저 움직이지 않고 시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었다. 아이는 천천히 나를 바라보고, 눈을 바라보고, 코를 바라보고, 그리고 손을 내밀어 내 입을 살짝 만졌다. 다시 나를 바라보고 처음 엄마를 발견한 것처럼 약간 긴장이 풀린 표정과 함께 눈을 감고 스르르 잠들었다. 이 순간이었다. 아이가 나를, 옆에 늘 그림자처럼 존재하던 무언가를 엄마로 인식한 첫 순간이.
이 순간 이후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아이가 지금까지 나를 엄마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저 얼굴 없는 도우미 로봇 같은 존재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애착이라고 생각한 것은 불안이었을까. 나는 그럼 어떻게 이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잡고 있을 수 있을까. 내일 눈을 뜨면 이 기적은 이어질까....
다음날 아침, 여느 때처럼 아이는 매우 늦게 일어났다. 늦게 자니, 당연했다. 잠의 질도 좋아 보이지 않았으니 더더욱 당연했다. 그리고 기적은 없었다. 예의 그 피곤하고 짜증 난 얼굴로, 다크서클이 가득 내려앉은 눈에는 생기가 없었고, 나를 바라보던 어젯밤의 그 눈빛도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보고 싶었다. 그 눈빛이 너무나 나를 불타오르게 했다. 우리도 서로를 바라보며 평범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시작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혼자 두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한번이라도 더 그 눈 맞춤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24시간 그림자처럼 더욱 가까이에서 대기했다. 군대의 그 소위 "오분대기조"처럼 언제라도 쏜살처럼 필요에 응할 준비를 하고 대기하였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손을 잡아 교정하고 필요한 행동을 보여주고 시도하였다. 밥을 어떻게 해 먹었는지 집안 빨래며 청소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기억조차 없다. 그저 늘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고민하고 도와주고 고쳐준 기억 밖에 없다.
아이는 차차 나를 의식하는 듯했다. 눈은 여전히 마주치지 않았지만, 존재를 의식하는 듯 무언가를 하려다가 잠시 멈춰 나에게 개입할 기회를 찰나와 같은 짧은 시간씩 주기 시작했고, 나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소통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밤, 아이가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