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토 위에서 다섯 개의 손가락이 빈약하다
어둠에서 솟아오른 사람
어두운 액자 속에 갇힌 얼굴이 평평하다
경사 없는 이마 아래 움푹하게 두 눈
코가 길게 두 눈을 나누고 있다
허공에 매달아 놓은 건어물처럼
세계는 검정이다
검정이 머리카락으로 수염으로 자라고 있다
긴 시간 말은 사라지고 입 속의 혀도 말랐을 듯
목을 치켜세우고 있다 그것만이
하얗게 주름 잡혀있다
망토 위에서 다섯 개의 손가락이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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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였을 것이다.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 과정 첫 봄학기.
그림을 보고 시를 쓰는 시간이었다.
뭉크의 그림이었는지, 누군가의 초상화였는지... 그림이 어두웠다는 것 외에 작품 이름은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을 현상으로 본다면 배경도 사람이다'라고 하셨던 스승의 말씀은 또렷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