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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카다브라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

by 편J


약 11,700km, 인천에서 토론토 피어슨 공항까지 거의 12시간이 넘는 비행이었다.


'아브라카다브라'

고대 히브리어로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 주문은 고대 마법사들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그날은 마법사가 나를 향해 주문을 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산뜻하게 한마디를 외친 것이 분명했다.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완전히 새로운 곳에 도착한 건 정확히 한국에서 출발한 바로 그날이었다. 거기다 12시간의 시차로 시간마저 같았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멋진 사건이었다.


그런데 내게 '아브라카다브라'는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마법이기만 하지는 않았다.

감정의 반전이고 기억의 새 페이지였다. 구름 위를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보는 창밖의 풍경 같았다. 가만히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엄청난 속도로 날고 있다는 특별한 기분이었다. 직접 경험이 가져온 다른 차원의 믿음이 생겨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심장이 온몸을 울리고 있었다. 감정이 나를 통해 나타나는 모습을 보는 일이었다. 머릿속의 어떤 물질이 형태를 바꾸어 새로운 감정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떤 밑그림도 없는 호기심과 기대로 나는 완전히 다른 나였다.


인간 본성을 연구하고 인생의 성취와 행복에 대해 쓴 '소셜 애니멀'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변화하고자 하면 '내면을 바꾸기보다 환경을 바꾸라'라고 했다. 더불어 주인공 에리카의 생각을 통해 '환경을 바꾼 다음에는 새로운 계기들이 작동해 효과를 발휘하도록 맡기자'라고 썼다. 선택인 거였다. 마법의 주문을 불러온 행운조차...


'아브라카다브라' 때문이었을까? 긴 비행에도 피곤하지 않았다. 걱정과 달리 입국심사도 어렵지 않았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는 자동 시스템이었는데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따뜻하고 맑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미리 캐나다 유심을 구입해서 바꿨기 때문에 마중 나온 분을 만나는 것도 수월했다. 그분은 온타리오의 스카보로, 홈스테이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토론토의 첫 느낌은 낯선 친숙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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