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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세탁?

또 다른 내가 시작되고 있었다

by 편J


'다시 떠나고 싶다면?'

초대장이 날아왔다.

특별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EF어학원 설립 60주년을 맞아 열리는 특별한 기회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가 그리운 졸업생들에게 선배 자격으로 추천과 소개의 기회가 주어지는 행사다.

연재를 시작하는 내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는 알람 같다


벌써 3년 전 더위가 시작되던 때였다

유학 박람회 소식을 접하고 코엑스를 찾았다

두툼한 팸플릿을 챙겨 돌아오면서 어학연수를 결심했었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세탁'이라는 말이 접미사로 사용된다는 것, 그리고 그때는 모두 부정적인 이미지라는 것이다

신분 세탁, 돈세탁, 학벌 세탁...

그런데 그 세탁?을 도모하려 했었다


세탁을 끝낸 빨래들을 건조기에 넣었다.

수건은 건조기 안에서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이제 습기를 없애고 구김 없이 마르기만 하면 다시 새것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수건같이 다시 뽀송해지고 싶었던 때였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국제학생증은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굳이 비용을 지불하고 학생증을 신청했다

어른이 되고 주민등록증이 생겼을 때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 신분증을 가졌을 때

간호사 자격증을 받았을 때

운전면허증을 땄을 때...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을 때와는 다른, 아주 상쾌하고 독립적인 느낌이랄까?


'나는 이제 어제의 내가 아닙니다'

어느 날 내 스피치의 첫 문장처럼 또 다른 내가 시작되고 있었다

신분 세탁?!

18,5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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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