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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shy!!

홈스테이

by 편J


처음 홈스테이가 결정됐을 때 어학원에서 보내준 소개는 이랬다.

Rhodelyn and her family are kind, loving, warm, hospitable, religious, people-oriented, and caring.

They would like to host students because they love to help international students, promote friendship, and to also learn about other cultures

...

지금 생각해 보니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카보로의 집은 진짜로 그랬다


홈 마더 이름은 로델린이었다.

새엄마, 로델린은 정 많고 부드럽고도 사랑스러운 분이었다

홈 패밀리는 70대 부부였다.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44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했다.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priest였던 젊은이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마침내 교회를 떠나 일가를 이루었던 것이다.

여전히 신을 믿고 가족을 지키며 사랑과 존중을 실천하며 살고 있었다


정원이 있는 아담한 시골 주택이었다

위층에는 홈 패밀리가 살았고 그 아래층에 거실과 방이 두 개, 부엌,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실이 있었다. 나는 싱글룸에 살았고 나머지 큰 방에 일본에서 온 RIONA와 멕시코에서 온 NAOMI, 두 친구가 지냈다. 리오나는 대학교 3학년 학생이었고 나오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십 대였다.


아침과 저녁식사는 홈스테이에서 준비해 주셨다

조리기구 사용과 관련된 위험이나 사고 예방을 위해 직접 조리는 제한하는 부분에 동의했었다.

아침 7시, 커피나 우유와 함께 토스트를 먹거나 시리얼을 먹었다. 그 외에 식탁에 준비된 과일이나 빵, 쿠키... 는 언제든 먹을 수 있었다. 점심식사는 어학원 스케줄에 따라 각자 자유롭게 선택해서 먹었다.


저녁 식사는 6시로 정해져 있었다

애피타이저, 메인 푸드, 디저트까지 골고루 챙겨주셨다. 춥거나 비가 오면 따끈한 국물 요리도 만들어 주셨다. 그중에 치킨 수프를 좋아했는데 삼계탕이랑 비슷한 맛이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는 미리 식사에 불참하겠다는 연락을 드렸다


홈마더는 첫 식사에서 내게 초록색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영문을 몰라 그냥 'yes'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꼭 초록색 젓가락을 챙겨주셨다. '귀여운 엄니'였다


주말에는 홈 파더가 '냉동실에 헤엄치고 있는 새우를 잡아서'(그의 유머) 요리를 해 주셨다. 어떤 날은 새벽시장에 가서 고기를 사고 오래 양념해 두었다가 바비큐를 해주셨다. 그는 자칭, 타칭 '바비큐의 왕'이었는데 자신의 요리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Don't be shy! Don't be shy!!"

식사 때마다 많이 먹으라며 하시는 말씀이었다.

우리는 샤이하면 배고프다는 진리를 깊이 새겨서 나날이 건강해졌던 것이었다


2주에 한 번씩 침대 시트와 이불을 바꿔주셨다. 세탁기는 1주일에 1~2회 사용할 수 있었다. 어떤 때는 마당에 쳐 놓은 줄에 널어서 빨래를 말리기도 했다. 한가한 주말, 그네에 앉아서 그 풍경을 누렸다


홈마더는 어학원과 협조하고 원칙에 따라 학생들을 돌봐주려고 애쓰셨다. 또 어학원에서 돌아오면 숙제나 공부를 도와주시기도 하셨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은 어른이 주는 인생 조언이었다


주말에는 함께 쇼핑을 가기도 했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바닷가에 가거나 나이아가라 폭포에 데려다주기도 했다. 다 같이 모여서 카드게임이나 나오미가 알려준 멕시코 스타일 보드게임을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팝송을 들으며 어른들이 좋아하는 마작을 배우기도 했다. 쉿!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라며 키득거리던 기억이 난다.


일요일에는 홈패밀리와 함께 성당에 갔다.

짧은 내 영어로는 신부님의 말씀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도와 미사 형식은 다르지 않았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시간이었다. 홈마더는 미사 후 나를 성당 식구들에게 소개해주었다


이런 인연은 어디서 온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그냥 받아들였다. 다시 어린 날로 돌아간 듯 푸근하고 따뜻한 돌봄이었다. 홈스테이를 하며 삶의 온도를 생생하게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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