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것들에 대한 고백

달, 별, 꽃, 농담, 웃음

by 편J


'나는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농담, 웃음'

어떤 생각으로 살 것인지... 쓸모에 대해 생각하다가 무용無用한 것에 닿았다

그리고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는 한 인물을 떠올렸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희성이라는 캐릭터다


그는 조부모, 부모가 지은 온갖 악행으로 삶의 중심을 피해 달아나기만 하던 사람이었다.

비틀어진 진실 위에서 가면을 쓰고 회피를 택한 사람이었다

정혼자의 정체를 알게 된 후 그녀를 놓아준 사내였다

애신 애기씨는 직접 독립운동에 나선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제대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진짜 사과를 아는 사람이었다

또 대의를 위한 작별을 하는 사람이었다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던 마음은 한계 없이 사랑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직접 총을 들고 전투에 나아가지는 못하지만 펜으로 싸웠다

진실을 찾아 사진기 셔터를 눌렀던 것이다

역사의 현장을 남기려는 그만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애신 애기씨를 돕고 보호한다

숨어서 애쓰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방패였고 실질적 전파자였다


무용無用이라는 그릇이 쓸모 있음을 알고 있던 것이다

달이 뜨고 별이 움직이는 하늘이고 우주였다.

꽃이 피는 들판이고 웃음과 농담이 있는 흐름이었다

낭만으로 덮은 의지고 기개였을 것이다

'당신은 왜 맨날 웃는 거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진실한 우정을 지녔다

달과 별과 꽃에서 알아낸 그림자는 자신의 내부에 두고 빛과 향기로는 모두 타인을 비추었던 것이다


혹독한 고문 속에서도 '나는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라는 고백을 토해낸다

나는 그의 무용을 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이른 아침에 한 어른의 부고를 받았다

삶과 죽음이 한 선으로 그어진다

무용함과 유용함, 분별하고 가르는 일은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오늘의 모닝페이지는 무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선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내가 될 것이라는 걸 안다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빗속에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걸음이다



** 모닝페너자이저와 함께 모닝페이지 하기

1. 준비물 - 노트와 펜

2. '오랫동안 모닝페이지를 쓰다 보면 자연스레 예기치 못한 내면의 힘과 마주하게 된다.'

- 아티스트웨이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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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