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어떻게 된 거죠?’
내가 먼저 물었다. 상담사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일단 몇 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방금 면담이 끝났다고 느끼겠지만 면담은 이미 9개월 전의 일입니다. 당신의 오리지널은 특정 조건이 달성될 때까지 당신을 동결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내가 세운 가설이 맞았다. 내 표정을 살피던 상담사는 내가 상황을 인지한 것을 감지하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미러링 휴먼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은 당신의 오리지널입니다. 미러링 휴먼은 당신이고요.’
나는 온 힘을 다해 흐트러지는 마음을 붙잡았다.
‘어째서 제가 그걸 모르게 한 거죠?’
‘의도한 바는 아니었습니다. 미러링이 끝난 후 미러링 휴먼은 진단 프로세스를 위해서 무의식 상태로 몇 분 정도 테스트 가동 됩니다.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동시에 면담에 대비하여 신체의 컨디션을 평상시의 평균값으로 세팅을 하게 되죠. 그런데 그 테스트 가동 때 당신의 뇌는 무의식 속에서 가짜기억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당신이 두 번째 사례죠. 미러링을 만드는데 분명하고 투철한 목적성을 가진 사람일수록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저희의 잠정적인 결론입니다. 만들어지는 가짜기억은 각자 다르지만 당신의 경우 미러링 프로세스가 끝나고 하루를 쉬었다는 기억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아마 뭘 하면서 쉬었는지 구체적으로 떠올리려고 하면 기억나지 않을 것입니다. 뇌가 느끼는 시간의 연속성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대략적으로 보정된 기억이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오리지널이 면담에서 자신이 미러링 휴먼인 척 연기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순간적인 변덕과 재치. 딸이 죽기 전의 나는 주로 그런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제가 동결에서 풀려난 이유는 뭡니까? 오리지널이 말한 특정 조건이 뭔가요?’
‘자신의 사망입니다.’
간신히 진정시킨 가슴이 다시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요즘 세상에도 자기 자신의 죽음을 전해 듣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상담사는 나의 표정을 면밀히 살폈다.
‘잠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드리도록 할까요?’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딸의 죽음 이후부터 종종 겪은 심리적 발작을 가라앉히는 수단이다.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먼저 들어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리지널의 사망이 확인되어 이제 당신에게는 미러링 휴먼으로써 모든 법적 권리가 부여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유언을 통해 모든 재산을 당신에게 상속하였습니다.’
‘9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는 어떻게 사망한 겁니까?’
사실 나는 그가 했을 일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이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