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문학도서관

Company outing

by 지노그림

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더라도 이렇게 좋은 가을을 그냥 보내서는 안된다 싶었다.

11월 5일 금요일 Company outing을 하자고 팀원들에게 진작 공지를 해두었다.


10월에 가려했는데 다들 일정이 맞지 않았다. 11월 5일에는 다행스럽게 모두 괜찮다고 했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었지만 KF94로 무장을 하고 11시 경복궁역에서 팀원들을 만났다.


경복궁역에서 시작하여 서촌 골목길을 거쳐 수성동 계곡으로 올라가서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평일인지라 숲길에는 인적이 뜸하다.

간혹 어르신들이 느긋하게 산책을 하시면서 어서 먼저 가라고 길을 양보하신다.


자락길에는 작고 귀여운 흔들 다리가 있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개구쟁이들처럼 다리를 흔들며 건넌다.


자락길은 청운공원으로 이어진다. 청운공원이 유명한 이유는 도서관에 있는 한옥 때문이다. 팀원 중 한 명도 이곳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이곳이 그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실컷 사진을 찍고 놀도록 내버려 두고 한옥 기단의 모서리에 걸터앉아 가을 햇살을 즐긴다.


다음은 윤동주 문학관이다. 시인의 친필로 한 자 한 자 꿈을 꾸듯이 쓴 시를 보는 것이 이곳의 백미이다.

누구나 한 번쯤 되뇌었을 ’서시’와 ‘자화상’이 그곳에 있다. 인쇄된 활자체로 보는 것과 시인의 글씨로 읽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시인이 살면서 감내해야 했던 그 부조리와 고통을 생각해보면 그의 글씨는 처연하며 아름답다.

전시실 중정의 억새조차 흐느끼듯 가녀린 몸을 떨고 있다.(물론 바람 때문인지 알고 있다)


너무 감상에 젖게 되면 점심식사를 망칠 수 있으므로 서둘러 정리를 한다. 게다가 우리 일행들이 자리를 떠야 다음 그룹이 들어올 수 있다.

이렇게 좁은 공간이지만 그곳의 농도는 치밀하다.


팀원 모두가 즐거워하는 점심.

생맥주 맛이 꿀맛이다. 진짜로 살짝 꿀맛이 난다.

나만 그런가 싶어 물어보았더니 다들 그렇다고 한다. 너무 열심히 걸어서 ‘꿀맛’이었던 걸로 했지만 이상한 생맥주였다.


산책 중에 찍어두었던 몇 장의 사진 중에 가장 만만한 것을 골랐다.


연필로 대략 형태를 잡아둔다.

바로 펜을 들이대기엔 종이가 아깝다.

이제 피그먼트 라이너로 선을 넣는다.


색을 어떻게 입힐까 고민하다가 연필로 일단 음영을 먼저 넣어본다.



가을빛이 강렬해야 하지만 내 수채화 실력으로는 그것을 표현하기엔 어림없다.

‘한옥은 원래 은은해야 해’라며 위안을 삼는다.

2021년 11월 5일 사진을 찍고

11월 7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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