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와 막심> - '흔들림 속, 새로운 시선'

[영화 후기,리뷰/ 7월 개봉작, 자비에돌란 영화 추천/결말 해석]

by 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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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와 막심 (Matthias and Maxime)

개봉일 : 2020.07.23. (한국 기준)

감독 : 자비에 돌란

출연 : 자비에 돌란, 가브리엘 달메이다 프레이타스, 해리스 딕킨슨, 앤 도벌, 피어-룩 펑크


흔들림 속에 자리 잡은 새로운 시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 자비에 돌란 감독의 새 영화 <마티아스와 막심>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선명하고 명확하게 느껴지는듯하다가도 언젠가는 흐릿하고, 정답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복잡한 청춘의 시기를 막 관통하고 있는 청년 자비에 돌란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청춘을, 우리의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가 개봉한 지 10년이 지났다. 자비에 돌란은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제작할 당시 19살의 나이였고, 89년생인 그는 현재 우리 나이로 32세다. 어느덧 청춘의 중반기쯤에 접어든 자비에 돌란 감독은 열정적이고 치열했던 자신의 시간들을 되새기며 <마티아스와 막심>을 만들어냈다.




돌란 감독의 첫 번째 전성기가 2015년 <마미>를 발표했을 때라면, 두 번째 전성기는 <마티아스와 막심>을 세상에 내놓은 지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미와 로렌스 애니웨이의 존재가 너무도 강력했기에, 그 이후 일부 작품들은 ‘그저 멋있는 영화’라는 혹평 또는 너무 멋을 부린다, 나르시시즘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혹시 이러한 이유로 자비에 돌란의 신작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꼭 보라 말하고 싶다. 돌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흔들리는 모성애, 어딘가 결핍이 있는 가족, 원만하지 않은 관계. 그의 대부분의 영화엔 사랑과 슬픔이 공존하고 있고, 그 감정들은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마티아스와 막심> 또한 일부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거기에 청춘과 우정에 대한 찬사가 더해진다. 65mm 필름 카메라와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한 장면들은 빈티지한 감성과 아련함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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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마주한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려 노력하는 청춘은 흔들리는 마음을 억지로 잡아본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들 중, 유난히 가깝고 친밀했던 친구 사이인 마티아스와 막심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다. 친한 친구, 가까운 친구, 오래된 우정. 긴 시간을 거쳐 명확히 정의됐던 둘의 사이는 두 번째 키스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본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이 두 청춘의 시선에 집중한다. 다른 이들이 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도,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청춘만큼 흔들리고 사랑보다 강렬한 두 사람의 우정은 애틋하고 아련한 모습으로 분해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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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와 막심 시놉시스


“이해하고 싶어... 이게 우리야”


단지 친구 사이의 ‘마티아스’와 ‘막심’이 뜻밖의 키스 이후 마주한 세상, 그 시작을 담은 이 순간 뜨겁게 빛나는 우리들의 드라마 너와 나의 드라마는 지금부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영화 제목은 <마티아스와 막심>이지만 영화 내 호칭은 맷, 막스이기에 이하 마티아스 -> 맷, 막심 -> 막스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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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찾아가야지 내 방향을


막스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멜버른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그의 형은 일찌감치 집을 떠났고, 그의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다. 어쩔 땐 아들을 사랑하는 듯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화를 돋우는 순간 난폭하게 변하는 어머니는 막스에게 리모컨을 던져 이마에 상처를 입힌다. 막스는 재산을 관리하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네트 고모가 엄마의 후견인을 맡지 않았다면, 막스는 자신의 길을 찾지 않고 현실에 순응한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맷의 주변 환경은 막스와 사뭇 다르다.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 이혼 후 떨어져 살지만 사회적 도움을 주는 아버지, 정장을 차려입고 출근하는 생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는 여자친구. 문법 천재라고 불릴 만큼 꼼꼼한 성격. 맷의 옆에 선 막스는 상대적으로 어리고 불안정해 보인다. 하지만 주변 환경과는 상관없이 둘은 가장 친한 친구다. 맷의 어머니는 막스와 다른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막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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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주변인들의 응원과 사랑을 등에 업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찾아 멜버른으로 떠나길 결심한다.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은 어느새 정장을 입고 출근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지만 막스는 어딘가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막스의 얼굴에 있는 커다란 흉터는 그의 슬픔, 결핍, 상처를 의미한다. 흔들리는 청춘의 불안감, 보살펴야 하는 어머니, 보이지 않는 길. 막스는 거울 앞에 서서 얼굴 흉터를 손으로 훑어본다. 거울 속엔 흉터가 사라진 막스의 모습이 잠시 비치지만, 거울 밖 그의 모습은 여전히 흉터를 가진 얼굴 그대로였다. 막스에게 청춘은 이리도 불안하고 흔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흔들림 사이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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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트의 동생 에리카의 부탁으로 짧은 영화에 출연하게 된 맷과 막스는 두 번째 키스를 하게 된다. 맷은 키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 후, 심란한 마음으로 침대에 앉는다. 그 순간 물침대가 꿀렁꿀렁 요동치며 출렁이는 소리를 낸다. 맷의 마음은 요동치는 침대 속 물처럼 울렁이고 있었다. 막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연기의 일부분으로 시작된 감정은 맷과 막스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물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그네가 강하게 흔들리던 저녁. 둘 사이엔 세찬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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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준비됐어?


맷은 막스의 눈앞에 손 카메라를 만들며 클로즈업 준비가 됐냐고 묻는다. 특정 사물을 원거리에서 바라보다가, 클로즈업으로 바라보면 그 사물의 느낌과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클로즈업’은 시선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 맷과 막스는 서로를 완전한 우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다시 키스를 나눈 후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맷은 막스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 먼 거리까지 정신없이 수영을 하고 돌아온 맷을 본 친구들이 무슨 일이냐며 묻는다. 맷은 ‘길을 잃었어’라고 말한다. 혼란스러운 감정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 하지만 막스를 바라보면 참을 수 없이 고조되는 감정.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물처럼 밀려들고, 맷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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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과 막스는 영화의 초반엔 함께 설거지를 하며, 작은 창문 안에 충분히 담길 만큼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느낀 후부턴 먼 거리를 유지한다. 맷은 막스를 생각하며 고민에 빠진다. 나도 내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답답한 일이었다. 고민에 빠진 맷은 통창이 있는 사무실의 주인이 될 거라는 상사의 말을 듣고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맷의 상사는 맷의 반응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건넨다.

네 나이 때는 다 그래.
정신 차려보면 옴짝달싹 못하고 있지.
어떤 일에 몰두하는 건 좋지만 그건 내 것이 아니지.


맷은 자신의 감정을 정의하지 못한 채 고민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고민을 끝에 남는 것은 혼란뿐이었고, 고민을 반복하는 사이에도 막스의 출국일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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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네가 그리울 거야


맷은 고민 끝에 막스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선택한다. 맷은 네가 없으면 이상하겠지만 네가 돌아올 땐 많은 게 변해있을 거라며 덤덤한 척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맷은 환송식이 끝나고 그 후 파티에서도 막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신나게 친구들 사이에 어울려 노는 막스와 달리 맷은 막스에게 시선을 던지거나 가만히 술을 마시고 담배를 필뿐이다. 끝나지 않는 고민에 예민해진 맷은 친구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막스에게 말실수를 한 후 집에서 뛰쳐나간다. 낙엽이 날리는 길 한가운데 서서 쉽게 뒤를 돌아보지 못하던 맷은 갈등 끝에 파티장으로 되돌아오고, 친구들은 맷의 사과를 받아준다. 맷은 막스와 함께 거실 소파에 앉는다. 기다란 소파의 끝과 끝에 걸터앉은 두 사람은 이렇다 할 얘기 없이도, 바삭거리는 팝콘 소리와 둘 사이의 분위기만으로 서로의 감정을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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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사람은 단둘이 시선을 마주하게 된 작업실에서 서로의 격렬한 감정과 애틋한 시선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거칠게 밀려오는 성난 파도처럼 두 사람의 감정은 순식간에 끝으로 치닫는다. 천둥소리가 격렬하게 울리고, 모든 실수와 흔적을 지워주겠다는 듯 비가 쏟아진다. 한차례 감정이 몰아치고, 맷은 이건 우리가 아닌 것 같다며 막스와의 거리를 다시 넓힌다. 막스는 맷에게 ‘우리 얘기하자, 이해하고 싶어.’라며 대화를 시도하지만 맷은 문을 닫고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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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맷이 추천서를 받고도 자신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음을 알게 된 후, 맷과 자신의 멀어진 거리를 다시 실감한다. 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걸까?하는 배신감보다는 그만큼 벌어진 서로의 거리가 막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상처와는 별개로, 이제는 진짜 내 길을 찾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막스는 맷의 어머니 프란신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그의 집에 들렀다가 맷이 7살 때 그린 그림을 보게 된다. ‘M과 M의 사과농장’ 그림 속 맷과 막스는 웃는 얼굴로 함께하고 있다. 맷은 혼란한 감정을 다잡기 위해 억지로 막스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지만, 맷 또한 막스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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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혼란한 마음을 정리한 후,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해 문을 연다. 그리고 그 앞엔 친구들과 맷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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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와 막심>은 단순한 사랑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상처를 가진 청춘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첫 시작점을, 감정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청춘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불완전한 청춘의 일부를 채워주는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맷과 막스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는가?’가 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둘이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느꼈는지, 우정의 감정을 더욱 단단히 다졌는지에 대해 내 멋대로 정의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정확히 정의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단, 그들의 역동적인 청춘, 투박하지만 진실된 우정, 고민을 거듭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그들의 청춘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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