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비트> - '답도 없는 풋사랑에 빠지다'

[영화 후기,리뷰/캐나다, 자비에 돌란 청춘 영화 추천/결말 해석]

by 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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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비트 (Heartbeats)

개봉일 : 2010.11.25. (한국 기준)

감독 : 자비에 돌란

출연 : 모니아 초크리, 니엘스 슈나이더, 자비에 돌란, 앤 도벌, 앤-엘리자베스 보세, 올리비에 모린, 에릭 브루노, 베네딕테 데카리


답도 없는 풋사랑에 빠지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지질하지만 사랑스러운 주인공을 볼 수 있는 영화 <하트비트>

20대 청년 세명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출구도 답도 없는 사랑에 빠진 남, 여와 그 사랑을 즐기는 아도니스(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 같은 남자가 등장한다.


<하트비트>에는 어쩌면 지질하고 어쩌면 귀여운 사랑과 질투의 감정이 그려져있다. 보통 여자 한 명, 남자 두 명이 친구관계인 상황에서 삼각관계라고 하면 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두 남자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근데 하트비트에서는 모든 사람을 홀릴듯한 미소년 ‘니콜라’가 삼각관계의 중심에 서 있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이 새로운 삼각관계 속에서 니콜라를 사랑하는 프랑시스와 마리의 감정을 가볍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풀어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프랑시스의 슬픔, 사랑, 부끄러움 등 여러 감정이 내 마음속까지 다 와닿을 만큼 현실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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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비트 시놉시스


마리와 그녀의 절친한 친구이자 게이인 프랑시스. 영리하고 날카로운 마리와 다정하고 섬세한 프랑시스는 서로를 보완하는 좋은 친구 사이다. 취미는 달라도 취향은 같은 두 친구는 늘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아끼며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친구들과 어울린 파티에서 아름다운 니콜라를 만나 둘 다 첫눈에 반한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운명적 사랑이라 느껴지는 그가 보내오는 셀 수 없는 무수한 사랑과 관심의 신호들에 설레며, 프랑시스와 마리는 점점 더 깊이 니콜라에게 빠져든다. 마리와 프랑시스는 서로의 우정이 변할 수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지만 아도니스를 닮은 매력적인 니콜라 앞에서 두 사람 모두 사랑 앞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라이벌이 된다. 곧 두 친구는 자신들이 결코 깨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우정이 이 사랑의 경쟁 앞에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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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와 프랑시스는 절친한 친구다. 게이인 프랑시스는 다정하고 섬세하며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마리는 그와 반대로 예리하고 날카로우며 거침없는 성격이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둘은 성별을 떠나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던 둘 사이에 어느 날, 운명처럼 한 남자가 등장한다. 밀랍인형처럼 희고 고운 피부, 귀와 어깨 중간 그 어딘가에서 살랑이는 갈색의 머리칼은 사랑스럽게도 곱슬거린다. 그리스 신화에 나올듯한 미소년 니콜라는 마리와 프랑시스의 마음을 단박에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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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와 프랑시스는 동시에 니콜라를 짝사랑하며 사랑의 라이벌이 된다. 셋은 함께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넓은 프랑시스의 침대에 누워 밤을 보낸다. 침대에 눕는 자리를 정할 때 마리와 프랑시스는 ‘절대 가운데는 싫어’라고 말하지만 니콜라는 ‘난 상관없어’라며 둘의 사이에 눕는다. 둘의 우정 사이에 갑자기 치고 들어온 사랑의 존재는 둘의 사이를 넓게 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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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는 타고난 사랑꾼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옴팡지게 퍼주는 사랑꾼 말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랑꾼 말이다. 어린 니콜라는 댄서인 어머니의 공연장을 따라 다니는걸 좋아했다. 무대 뒤에서 어머니의 공연을 구경하고 있으면 댄서들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며 그에게 관심을 보였는데, 니콜라는 그런 관심을 즐길 줄 아는 아이였다. 사랑받는 것에 익숙했고 그걸 즐기는 니콜라는 마리와 프랑시스의 사이에서 둘의 사랑을 즐기는 중이었다. 니콜라는 셋이 함께할 때면 항상 중앙을 차지했고 술래잡기를 할 땐 마리와 프랑시스를 잡는 술래 역할을 한다. 마리와 프랑시스는 니콜라의 사랑 안에서 뱅뱅 돌고 있는 신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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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는 마리와 프랑시스에게 묘한 호감의 시그널을 보낸다. 프랑시스는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자신의 발 위에 얹힌 니콜라의 발을 보며 설렘을 느끼고 마치 인사말처럼 반복하는 ‘귀엽다’는 말에 기대감을 품기 시작한다. 니콜라에게 점점 더 깊게 빠져가는 프랑시스는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니콜라의 외모를 떠올렸으며 그가 좋아한다고 얘기한 오드리 헵번의 포스터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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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프랑시스보다 적극적으로 니콜라에게 어필한다. 함께 연극을 보러 가고 둘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베트남 음식점에 가자고 제안한다. 니콜라는 마리의 제안에 응하지만 딱히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마리의 계획은 프랑시스의 등장으로 매번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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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는 두 사람에게 알 듯 말듯한 멜랑꼴리한 자세를 취한다. 둘을 너무 사랑한다며 좋은 친구라고 얘기하는 니콜라의 행동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었다. 둘에겐 술에 취해 몸을 흔들고 있는 니콜라의 모습마저도 신화 속 남신이자 그림에서 튀어나온 비현실적 존재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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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와 프랑시스는 둘이 동시에 니콜라를 사랑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견제의 방법은 그리 거창하진 않았다. 니콜라의 홈 파티에 가는 날, 둘은 한껏 멋을 내고 니콜라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전과 달리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둘의 사이. 이미 잔뜩 취해있는 니콜라에게 인사를 하고 선물을 내려놓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다. ‘넌 보는 눈이 좋잖아.’ ‘오렌지색이 누구에게나 어울린다지만.. 이건 잘 모르겠네? 내 모자엔 어울리겠다.’ 서로의 선물을 보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는 둘의 모습이 예리하고 어른스럽다기보단 귀엽고 유치한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마리와 프랑시스의 대립구도는 둘에게 주어진 색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각자 다른 사람과 밤을 보내는 장면이 나올 때 마리에겐 노랑, 빨강 빛의 조명이 비치고 프랑시스에겐 파랑, 초록빛의 조명이 비친다. 노랑과 파랑, 빨강과 녹색. 완벽하게 정반대 편에 위치하는 보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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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날 보라고 했을 때 내 눈에 깊은 불만과 부족함이 있는 건 난 널 보지만 넌 날 보지 않아서야


마리와 프랑시스는 각자의 방법으로 니콜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우정으로 뭉쳐진 둘의 사이는 같은 대상을 사랑하면서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다. 아슬아슬하게 엇나가던 둘은 셋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완전히 틀어지고 만다. 니콜라는 파티가 끝난 다음날, 다 함께 삼촌의 별장으로 놀러 가자고 제안한다. 마리는 니콜라의 한마디에 회사까지 재껴놓는 열정을 보이며 그 여행에 참여한다.


셋의 여행은 마치 2:1 구도처럼 보인다. 도착하기 전 간단한 끼니를 해결할 땐 마리와 니콜라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마리는 프랑시스가 화장실에 간 사이 프랑시스가 니콜라를 좋아하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흘린다. ‘걔는 남자’라며 이 사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마리의 말을 들은 니콜라는 잠시 멈칫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를 뜬다. 별장에 도착한 후엔 프랑시스와 니콜라의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마시멜로를 구워먹으며 장난을 치는 두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는 먼저 자리를 뜬다.


다음날 아침이 되고 프랑시스와 니콜라의 다정한 모습에 마음이 뒤틀린 마리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고 프랑시스는 그런 마리를 말리려다 몸싸움을 벌인다. 니콜라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평온하게 둘을 지켜보다가 이제 시골이 질렸으니 다시 도시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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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하면 따라와


니콜라는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넌지시 한마디를 던진다. 니콜라의 한마디로 상황은 정리되고 세 사람의 사이는 잔뜩 어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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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마리와 프랑시스는 서로가 아닌 니콜라에게 전화를 남긴다. 프랑시스는 니콜라가 자신에게 먹여줬던 것과 같은 마시멜로를 사 먹고, 마리는 ‘우리 둘만의 시절에서 널 기다릴게’라는 시의 한 구절을 니콜라에게 보낸다.


프랑시스는 용기를 내 니콜라를 찾아가 고백을 하지만 니콜라는 ‘어떻게 나를 게이라고 생각하지?’라 답하며 프랑시스의 고백을 거절한다. 마리 또한 우연히 보게 된 니콜라를 따라가 사랑의 시를 보낸 게 아니라며 황급히 변명을 하다 ‘만약 내가 그 시를 너에게 보낸 게 맞다면 어떨 것 같냐’며 니콜라를 떠본다. 니콜라는 덤덤하게 ‘그래도 오븐을 끄러 가야 해.’라며 마리의 고백을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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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는 둘의 마음을 칼같이 거절하고 긴 여행을 떠난다. 마리와 프랑시스 사이에 비집고 들어왔던 사랑의 존재가 떠나고 두 사람은 어색한 재회를 한다. 프랑시스를 만나기 전, 마리는 자신이 소울메이트를 어린 나이에 만났는데 너무도 빠르게 그를 떠나보낸 것 같다고 얘기한다. 누구보다도 잘 맞았던 소울메이트인 프랑시스를 떠나보낸 걸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두 사람은 차 한 잔을 마시고 비 오는 날 우산 하나를 나눠쓰며 우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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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니콜라를 마주한 두 사람은 전처럼 그의 모습에 홀리지 않는다. 콩깍지를 벗어내고 나니 그때야 보였을 것이다. 니콜라는 불특정 다수를 손쉽게 홀리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사랑 소설은 의미 없는 풋사랑이자 이불킥의 추억이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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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와 프랑시스의 소소하고 진실된 사랑과 매혹적인 청년 니콜라의 이야기는 이들만의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중간중간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이 나온다. 공통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주제는 ‘지나간 사랑’ ‘돌아보니 바보 같았던 사랑’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바보 같고 열정적인 사랑을 반복하고 있다. 진실되지만 지질하고 귀엽지만 바보 같은 사랑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하트비트>속 청년들의 모습에서 많은 공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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