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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30. 2024

91.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더숲」


혼자 몰타로 오기로 결정하고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챙기면서 작가와 제목만 보고 골라 온 이다.  

내 행동을 변명하는 것처럼 나한테든 타인에게든 말하던 내용이다.  


어떻게 될지 어찌 아는가.  


시도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나는 이제 내 색깔과 방식대로 살고 싶다고 웅얼거린다.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자책과 무기력이 도사리고 있다.

거의 한 달 동안 읽은 셈이다.  처음에 살 때 표지에 써 놓은 걸 보니 산하 생일이다.  

엉킨 실타래 같은 생각들 때문인지 겨우 4시간 영어수업을 받으면서도 시간이 넉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머리가 복잡하면 시간 낭비다.  

다행히 오늘 저녁에 플랫 메이트들이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아 그 틈에 거실 탁자에서 편히 맥주 마시며 끝까지 다 읽었다.  

몰타 맥주 세 캔 째.  빵빵한 배를 내밀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일하는 거에 비하면 천국인데도 방 문제 등 성급하게 결정한 것들 때문에 골치 아픈 상태에서 내 뒤통수를 치는 글귀를 읽었다.     


‘환경에 불평이 많다면 우선 내 안의 열정과 몰입을 점검해야 한다.’     


글 쓰는 일에 대해 이상적인 환경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소란함 속에서도 쓰는 것이 진정한 창작의 과정이라는 걸 말하는 내용이지만 작가가 아닌 나에게도 딱 맞는 조언과 질책이다.  

이곳의 무언가가 못마땅하다고 억지로 상황을 바꾸면 또 다른 것이 나를 찡그리고 신경 쓰이게 할 것이다.  

조직의 부당함(내 입장에서 볼 때)을 피해서, 아니 거부하고 거스르면서 장장 14시간 넘게 날아와 놓고는 또 다른 프레임에 나를 가두고 있지 않은가.  

환경 말고 나를 바라봐야 한다.  

내 안의 불꽃을 지켜보자.       

이 책의 소제목이 한번 더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자신을 태우지 않고 빛나는 별은 없다’


길가의 선인장 꽃과 열매


https://youtu.be/jtVQWCzquw0?si=a3vEqMr7QqLmr1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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