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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우 Dec 05. 2021

출장지에서의 인연

그럴 때가 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같은 비행기를 탔던 모르는 사람을 출장지에서 계속해서 마주칠 때가 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계속 마주치다 보니 낯이 익어 말을 걸어볼까 싶다가도, 오지랖 넓은 한국사람 티 낸다 싶어 대부분 모른 척 지나가곤 한다. ​


지난가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내 대각선 옆자리에 앉았던 그녀에게는 예외였다. 그녀를 시내 커피숍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 난 망설임 없이  인사를 했고 혼자 호텔방에서 룸서비스나 시켜먹으려 한다는 그녀를 야구경기장으로 데려갔다.

해 질 무렵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은 경기장 너머 보이는 푸른 바다와 핑크빛의 저녁노을로 무척이나 로맨틱했다. 우리는 노을에 취해 맥주에 취해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분위기에 취해 같이 웃고 손뼉 치고 귀가에 대고 속삭였다. 4시간 남짓 우리가 쌓은 추억이 더 이어지기를 바라며 난 기념품점에 들러 그녀에게 자이언츠팀의 모자를 선물로 건넸다. 그녀는 경기 내내 은은한 샴푸 향을 풍기던 단발머리를 쓸어 올리며 수줍게 말했다

“... 저,  큰아들 주게 애들 사이즈로 바꿔주면 안 될까요?”

그제야 핑크빛 노을에 가려있던 그녀의 목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난 그날 그녀의 7살 아들을 위해 자이언츠 모자와 글러브 그리고 냉장고 자석까지 선물로 사주는 글로벌 호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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