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매년 함께 가는 여행지가 있다. 바로 문경새재이다. 안내문을 참고해서 정리하면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14년(1414년) 개통된 관도 벼슬길로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조선 옛길이다. 제1관문 주흘관,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련관 등 3개의 관문과 원(院) 등 주요 관방시설과 정자와 주막 터, 성황당 등이 옛길을 따라 잘 남아 있다.
남편과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매년 문경새재에 간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도 문경새재를 가지 않고 가을을 넘기려고 하면 서운한 표정을 짓고 이야기하곤 한다.
"엄마, 올해는 문경재재 안 가는 거야?"
집에서 문경새재까지 까지는 차로 4시간이 넘게 걸린다. 문경새재 입구에는 식당, 공연장, 숙소들이 모여있다. 입구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여행을 시작한다. 힘들게 도착한 여행지지만 그곳에서 하는 일은 단순하다. 먼저 숙소 근처에서 산채비빔밥을 한 그릇씩 먹고, 옛길을 걷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숙소 근처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
특별한 것을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매년 이곳을 가는 것일까? 매년 옛길을 아이와 함께 걷다 보면 아이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처음 문경새재에 갔을 때는 아이를 유모차를 태우고 걸었다. 아이가 걷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제1관문을 조금 넘기도 힘들었는데 점점 닿을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과 나보다 항상 앞장서서 길을 걷는다.
옛길을 걸으면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며 계절별로 변하는 자연을 듬뿍 느낄 수 있다. 대부분 10월 말이나 11월 초 가을에 갔었는데, 여름을 벗어나지 못한 옛길을 걷는 것도 마지막으로 여름을 누릴 수 있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길을 걷다 보면 계곡가 연못 등 새로운 볼거리가 나온다. 조금은 다리가 아파올 때쯤 용추폭포가 눈앞에 펼쳐젔다. 이 폭포는 암반이 발달해 예전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용추폭포로 내려가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니 더위가 금세 식었다.
이번에 문경새재에 가니 새로운 볼거리, 먹거리가 생겼다. 바로 새재주막이다. 주막 입구에서 1000원짜리 엽전을 구입하면 주막에서 인절미와 막걸리, 음료를 사서 마실 수 있다. 아이와 인절미 만드는 체험도 하고, 바로 썰어주신 따끈한 인절미를 입안에 하나 넣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시큼 상큼 달달한 오미자차를 마시니 새롭게 기운이 났다.
남편과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시 길을 걸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2024년 늦여름도 이렇게 잘 보냈다는 뿌듯함, 올해의 추억이 마음속에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