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도 자긴 힘들겠다
요즘은 노래를 듣지 않는다. 좋아하는 노래는 많지만 예전처럼 찾아 듣지 않는다. 차를 가지고 다닐 때는 기타 솔로가 가득한 노래를 듣곤 했다. 음악을 크게 들으며 퇴근하는 그 기분. 기타를 치러 가는 행복감과 내가 연습하고 있는 곡을 들어가며 손가락을 튕겨가며 운전을 했던 기억들. 락밴드의 노래를 들으며 다대포의 석양을 보며 드라이브하던 그 순간은 지금도 떠올릴 수 있다. 사진처럼 머릿속에 꽂혀있는 순간들. 결혼을 하고 직장에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부터 노래를 듣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종이 신문을 보기 시작한 후부터이다. 출근길은 신문을 보기에 알맞은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 준다. 한정된 시간 안에 신문을 읽으면 집중도 잘됐으니까.
집으로 오는 버스 안은 어떤가? 웃긴 유튜브를 보며 혼자 낄낄 거리며 올 때가 더 많다. 긴장이 풀어져선지 멍하니 유튜브를 보거나 그것도 하기 싫은 날은 창밖을 본다. 노래를 듣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주 3일은 아내가 아들 둘을 데리고 퇴근과 동시에 픽업하기 때문에 노래를 들을 틈이 없다. 육퇴를 한 뒤는 어떠한가?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잠이 오지 않으면 영화를 본다. 음악을 피하게 된 걸까?
내가 노래에 빠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간다. 노래 한곡의 라이브 버전을 찾아 듣고, 감정이 충만해질 때까지 듣는다. 그날 밤을 새우는 것은 당연하고 며칠, 몇 달을 그 노래에 빠져 사는 것이다. 최근엔 오혁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부른 월량대표아적심에 빠졌다. 원곡자의 노래도 듣고 첨밀밀 영화도 두리번거렸다. 유튜브 댓글에 한강 작가가 좋아한다는 글이 많았고 조회수도 늘어 있었다. 오혁의 목소리와 라이브가 좋다. 노래 가사는 모르지만 중요하지 않다. 이 노래는 나를 재우지 않기로 했나 보다. 그리고 나를 영화 첨밀밀의 한 장면으로 데려다준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고 젊음은 사라지기에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도.
https://youtu.be/kKRxwrgaamw?si=9o4_48b9qBwLLscN
P.S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와 가사라니. 오늘 밤도 자긴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