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를 Chat GPT에게 물어보았다.
챗 지피티는 Y2K에 대해 아는 바를 열심히 설명해 준다. 당시, 2000년이 넘어갈 때엔, 세상이 망할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던 예언가들의 수많은 예언들이 출몰하던 시기였다. 우리는 세상이 망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당시에 중학교 2학년이었으니 당연한 거겠지? 우리 반에서 제일 잘생기고 귀여운 친구가 코지, 그다음 잘생긴(?) 나는 유이치, 그리고 내 친구 성현이는 고재근이었다. 선택권이 없던 성현이는 툴툴거리며 고재근을 받아들였다.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고 반이 갈라진 우리는 Y2K를 해체한다.
역시나 챗 지피티는 거짓 정보로 나를 긁는다(?). 마츠오 유이치와 마츠오 코지 형제가 기타와 보컬, 베이스를 했고 고재근이 메인 보컬이었다. 대표곡으로는 헤어진 후에, 깊은 슬픔, 비련, Bad, 내 안의 너 등이 있다. 댄스가수가 대세였던 시기에 몇 안 되는 밴드 중 하나였다. 나는 밴드가 좋다. 라이브를 고집하는 그들의 무대가 좋았다. 전설의 삑사리(음이탈) 영상과 한국말을 더듬거리며 인터뷰하던 그들의 모습이 그립다. 솔직하고 부족한 그 모습을 사랑했었다.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던 그들. 멋진 외모와 좋은 노래들로 사랑받던 그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깊은 슬픔의 뮤직비디오에선 가수들의 어색한 연기도 볼 수 있고 임수정의 앳된 모습도 볼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는데 항마력(손발이 오그라드는 영상·사진·글 등을 보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라는 뜻- 국어사전 신조어)이 딸린다. 이런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도 되던 시기였다. 난 그들의 도전이 좋다. 아마추어를 표방하는 듯한 그들의 밑도 끝도 없는 연기라니. Y2K의 일본인 멤버들은 한국말 자체를 못했다. 고재근이 인터뷰를 하거나 인사말이 전부였다. 궁하면 통하는 걸까? 그래도 밴드는 굴러가고 음악프로 그램에서 1위도 했었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던 시기에 탄생한 첫 한일 합작그룹은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나는 우리 반의 유이치라는 자긍심도 있었다. 그만큼 그들이 좋았다.
번아웃이 오고 삶의 무기력을 느끼다가 우연히 Y2K 노래를 듣게 되었다. 밤새워 듣던 그들의 노래와 무대들을 찾아보다가 다시 그들을 생각한다. 변한 것은 나뿐이다. Y2K는 여전히, 찬란히, 빛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나도 그곳에서 빛나고 있을 거다.
깊은 슬픔
잊은 거니 우리 둘만의 약속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다 나은 모습으로
바로 오늘 이곳에
돌아올 거란
그 말 기억하지 못한 거니
아닐 거야
조금 더 기다리면
너는 꼭 돌아올 거야
나를 사랑하기에
행복하다 했던 넌
나를 안으며 눈물 흘릴 거야
꿈속에 본 너의 얼굴은 정말 예뻤어
창백한 모습도 사라진체
깨어난 후 한참 동안을 울어야 했어
이젠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 어디쯤 온 거니
어딘가에서 날 보고 있니
미안해 숨어있는 거라면
화내지 않을 거야 정말 괜찮아
세상을 미워했었어
하필 네가 아파야 했는지
이제는 이런 생각 모두 지울게
너의 모든 걸 감사해할 거야
왜 아직도 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아
아주 많이 어두워졌는데
혹시 많이 아파서 돌아오지 못했니
다시는 나를 울게 하지 말아 줘
지금 어디쯤 온 거니
어딘가에서 날 보고 있니
미안해 숨어있는 거라면
화내지 않을 거야 정말 괜찮아
세상에 네가 없다면
어떤 연락도 하지 말아 줘
언제나 네가 살아있단 생각에
영원히 널 기다릴 수 있잖아
p.s - 네가 살아 있단 생각에 영원히 널 기다릴 수 있잖아. 이 정도는 돼야 사랑이고 노래고 기다림이지. 이런 진하디 진한 노래가 나에겐 필요하구나. 자매품 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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