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는 사람이 일등이야
연차를 써서 나흘을 가족과 보냈다. 주말엔 사람으로 가득해서 발 디딜 틈도 없던 마산 로봇랜드도 여유를 누리며 즐길 수 있었다. 평일에는 관람객 수를 셀 정도로 한산했다. 원하는 놀이기구를 웨이팅 없이 타고 간식도 먹고 산책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다. 아이들과 하루 내내 있다 보니 아내가 하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공감이 된다.
[하루 내내 아이들과 있으니 기 빨려. 너무 시끄러워서 혼이 나갈 거 같아.]
사실 아내가 과장을(오버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말을 많이 하니 혼이 나갈 수 있긴 하지만, 내가 있는 주말은 엄마가 아닌 아빠를 찾는다. 아빠는 장난이 베이스로 탑재된 인간이라는 것을 아들들도 인지한 상태다. 화를 내지도 않고 과자도 쉽게 주는 아빠는, 아이들에게는 놀아주는 대상이자 최우선 협상 대상자다. 그러니 혼을 내고 훈육하는 엄마보다 아빠가 편하다. 밤에 아빠랑 잘 거냐고 물으니 시우가 답한다.
[아빠랑 잘래. 아빠 오랜만에 공룡이야기, 사자, 코끼리 이야기도 해줘. 스피노가 똥 싼 이야기도 해줘.]
아빠랑 단 둘이서 잘 때 해줬던 이야기들을, 시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2년도 더 지났지만, 시우는 내가 해줬던 이야기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밤마다 등장하는 공룡들은 매번 달랐다. 자세한 스토리가 기억나진 않지만, 대부분 똥과 오줌, 방귀가 나오며 마무리를 했었다. 내 머릿속에서 만든 유치한 내용을 시우는 키득거리며 즐겨 들었다. 둘째 지우가 태어나면서 아이들의 낮잠과 밤잠은 아내의 몫이 되었다. 이번 나흘간은 출근을 하지 않으니 내가 아이들을 재우기로 했다.
4일 동안 아이를 재우면서 느끼는 바를 적어 본다. 와이프는 아이들이 잠을 자지 않고 버틸 때는 화를 낸다. 시우가 잠을 자지 않을 때마다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시우랑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으니까. 하루, 이틀이 지나고 3일쯤 지나니 나도 지치기 시작했다. 아내는 하루 내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시우는 유치원이라도 가지만 지우는 24시간을 엄마랑 시간을 보낸다. 말을 듣지 않고 소리 지르고 장난을 치는 지우를 보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하나를 재우는 것과 둘을 재우는 것은 정말 달랐다.
말이 통하는 시우와 아직은 전부 이해하진 못하는 지우. 둘은 아빠가 있으면 이야기하고 늦게 잘 수 있으니 신나 버렸다. 유치원을 다니는 시우는, 축구를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빨리 잔다. 눈을 비비기도 하고 피곤하다고 먼저 이야기한다. 아빠랑 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도 감겨오는 눈꺼풀은 이기지 못한다. 문제는 지난 4일간은 유치원을 가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내서 체력이 남았던 것이다.
아이들을 보고 몸으로 놀아 주다 보니 내가 먼저 잠든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언제 잠들었는지 알 수 없다. 아내와 이혼숙려캠프를 보거나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날엔 잠들면 안 되기에 아이들에게 먼저 이야기한다.
[오늘은 대결할 거야. 먼저 자는 사람이 일등이야. 어제는 아빠가 일등, 지우가 이등, 시우가 삼등.]
[아니야. 어제는 아빠가 일등이었고 시우가 이등, 지우가 삼등이었어. 지우가 꼴찌야.]
자는 순서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순위를 매기며 먼저 자는 시늉을 한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내가 실제로 코를 골고 자버리면 애들이 결국 자게 된다. 아내와 영화를 봐야 하기에,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해 봐도 눈이 감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얘들아. 어서 자렴. 너희들이 자야지만, 우리 부부의 휴식이 시작된다고!
p.s -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찍 잠들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