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코이, 삐뽀, 물놀이, 비행기

by 돌돌이

둘째 지우가 하는 말들은 정해져 있다. 아빠 귀여워, 엄마 좋아, 맛있어?, 아니야 등등. 말투도 표정도 귀여워서 말을 시키고 대화를 한다. 우리의 아들답게 쉬지 않고 말을 하며 진을 빼기도 하지만, 귀여우니 봐줄 수밖에. 우리가 운전을 하다 보면 뒤에서 지우 목소리가 들린다.



[포코이]


지우가 포크레인을 봤나 보다. 아들은 포크레인을 보고 포코이라고 한다. 포크레인이라고도 하지만, 포코이라고 할 때가 더 많다. 차 안에서 지우가 바깥을 보면서 쓰는 단어들이 있다.


‘포코이, 삐뽀, 물놀이, 비행기’


포코이는 포클레인, 삐뽀는 경찰차, 물놀이는 강이나 바다, 비행기는 말 그대로 비행기. 내가 운전을 하지만 아들이 포코이라고 외칠 때마다 주변을 다시 보게 된다. 전방을 주시해서일까? 분명 운전할 때는 보이지 않던 포크레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지우는 몇 번이고 포코이를 외친다. 내가 지우 보다 먼저 포크레인을 발견하는 일은 드물다. 비행기를 발견하는 횟수도, 경찰차를 발견하는 횟수도 월등히 지우가 앞선다. 지우는 자기가 아는 만큼 세상을 본다. 그래서 더 즐겁다. 포크레인을 보면 즐겁고, 강을 보면 물놀이를 생각하며 즐거워한다. 비행기를 봐도 즐겁고 경찰차를 봐도 즐겁다. 차에서 지우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네, 다섯까지에 불과 하지만, 지우는 행복하다.


아들 보다 더 많은 걸 안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내가 더 많은 걸 가졌다고 해서 아이보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지우는 소유의 개념을 생각지 않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낀다. 내가 반응해 주면 더 기분 좋게 이야기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그 말이 맞는 걸까? 내가 고전문학을 읽고 영화를 봐도 지우만큼 기쁨을 느끼진 못한다. 아들은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배워나간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배움에서도 발견된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곳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내는 아들을 보면 얼마나 부럽고 부끄러운지 모른다. 돈과 명예보다 부러운 것은 세상을 대하는 아이들의 눈빛이다. 나도 아이들처럼 조르바처럼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길. 늦어버린 내 머릿속이 조금은 더 비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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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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