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은 낭비의 총합과 비례한다
8년 전, 밴드의 세컨드 기타로 처음 들어갔을 때, 고만고만한 실력이던 나와는 반대로, 드럼과 기타는 수준급 실력이었다. 밤무대에서 드럼 알바를 하는 친구는 드럼을 전공했었고, 기타를 치는 친구도 다른 밴드에 속해서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와 베이스기타는 둘 다 직장인이었고 나이도 많았다. 나와 드러머의 나이차이가 10살 정도 났었고 실력은 더 차이가 났었다. 첫 합주곡으로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와 브로큰발렌타인의 알루미늄을 한 것이다.
나에겐 이 곡들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타를 멀리하다가 우연히 보인 구인글에 혹해서 연락한 것이다. 결혼을 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덜컥 밴드 구인 카톡을 했었고 지금의 와이프이자 당시의 여자친구였던 갱이는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주말에 한번 합주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 두곡을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했지만 합주는 또 달랐다. 내 실력이 들통나는 공간이었지만 싫지 않았다. 그리고 실수 없이 합주를 끝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잊을 수가 없다.
기타와 보컬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기타를 치며 하나의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큰 무대를 목표로 하는 그들에게 나는 필요악일 뿐이었다. 그래도 리듬을 치며 사운드를 채우는 멤버는 반드시 필요했다. 기타 솔로잉 중간에 내가 리듬을 치지 않으면 곡의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중요한 역할이 있었고 없으면 크게 티가 났다. 리듬기타를 하고 있었지만 기타의 솔로잉 부분을 나 또한 연습하고 있었다. 메인기타의 자리를 연습하면서 나 또한 무대 중간에 서길 바랬으니까.
오아시스의 솔로연주는 가능했지만 브로큰 발렌타인의 알루미늄의 후주 솔로는 아직 부족했다. 내 솔로잉과 메인기타의 솔로는 완전히 달랐고 기타를 치는 나조차도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멤버들은 군말하지 않고 내 실수를 포장해서 한 곡으로 담아냈었다. 그들은, 개성이 강했던 메인기타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나이가 가장 어렸지만 목소리도 컸었기에 갈등도 많았다. 나는 합주에 의미를 뒀기에 그들의 갈등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곡으로 장범준의 담배를 하기로 결정할 때 서로의 갈등이 폭발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다. 중재자가 아니라 단순히 들어주는 입장.
몇 달간 기타를 치고 합주를 하니 기타에 대한 갈증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밴드가 와해되고 나선, 모든 기타와 엠프, 이펙터들을 아버지의 친구분께 넘길 수 있었다. 기타를 팔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는 그분께 그냥 줘버린 것이다. 낭만은 낭비의 총합과 비례한다. 내 시간, 돈,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기타는 누군가의 손에서 살아가고 있겠지.
알루미늄
부서진 황금의 그 조각들도
누군가 에겐 당연한 온기도
그저 바라본 채 그저 스쳐간 채
난 오늘로 돌아왔고
애써 미소 짓는 너의 입술에
아직 남아있는 그 그늘처럼
모두 싸늘하고 너무도 차가워
오직 너와 나의 지금만이
눈부신 오늘밤 이 시간 속에
그보다 빛나는 너의 두 눈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에게
그들과 같은 표정을 지었고
항상 그려왔던 항상 믿어왔던
난 점점 더 멀어지고
세상은 또 그 한순간도
모질지 않은 날이 없겠지만
화려한 불빛도 따뜻한 벨벳도
없는 오직 너와의 오늘만이
눈부신 오늘밤 이 시간 속에
그보다 빛나는 너의 두 눈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눈부신 오늘밤 저 하늘아래
그보다 빛나는 너의 입술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어쩌면 오늘 단 하루일지 모르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밤
따뜻한 바람과 조금은 맞지 않는
소리의 기타를 안고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것만 같은 이 노래를
조용히 흔들리는 불빛들과
말없이 미소 짓는 네 눈빛에
그저 난 바라본 채 그저 난 바라본 채
믿을 수 없는 이 시간을
눈부신 오늘밤 이 시간 속에
그보다 빛나는 너의 두 눈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눈부신 오늘밤 저 하늘아래
그보다 빛나는 너의 입술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