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엘리와 소금씨

미래 이야기

by 이은수

“이제 미래 이야기 시작해 볼까?.”


세 시 무렵, 밭에서 돌아온 소금 씨는 네 발을 집 안에 딛자마자 엘리에게 헐레벌떡 뛰어갔어요. 엘리는 소금 씨가 오기만을 기다렸거든요. 그리고 세 시는 엘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어요. 소금 씨가 외출하지 않을 때마다 세시 정각이 되면 미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거든요. 엘리는 그 이야기를 듣다가 새근새근 잠들곤 해요.


“할머니, 유치원에 가면 내 친구들은 옛날이야기를 듣는대!”

“우리 엘리도 옛날이야기 듣고 싶어?”

엘리는 고개를 저었어요.

“옛날얘기 하면 할머니 아프잖아. 할머니가 아픈 거 싫어.”


소금 씨는 발바닥에 있는 분홍색 젤리로 엘리를 쓰다듬었어요. 혹여나 발톱에 긁힐까 조심, 또 조심했어요. 소금 씨가 돌아와서 긴장이 풀렸는지 서서히 엘리의 눈꺼풀이 감기기 시작했어요. 소금 씨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인간이 아님에 다시 한번 속상했어요.


“맞아, 고마워 엘리. 다행히도 아직 미래엔 아픔이 없거든. 혹여나 내가 사라지고 지나간 일들이, 지금이 너무 힘들면 누구든 붙잡고 미래 이야기를 하렴.”


서서히 잠들어가던 엘리는 소금씨의 바람을 들었을까요.


소금씨는 건넛방에 있는 담요를 물고 와 엘리에게 덮어주었어요. 잠든 엘리는 입술을 나팔꽃처럼 피어냈어요.


엘리가 꾸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도 소금씨는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어요. 왜냐하면 엘리만이 꿀 수 있는 꿈이기 때문이에요. 소금씨는 엘리의 모든 세상을 읽을 수 없어요. 다만, 그 세상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순 있어요. 소금씨는 그것만으로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잠든 엘리를 지켜보다가 큼지막한 눈을 번쩍하고 뜬 소금씨는 눈치를 살피며 살포시 자리를 떴어요.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가서 꽁꽁 숨겨 둔 상자를 열었어요.

그곳엔 사람의 손을 닮은 젤리와 발을 닮은 젤리가 골고루 섞여 있었어요. 소금씨는 손 모양 젤리 하나, 발 모양 젤리 하나를 삼켰어요. 그러자 소금씨의 손과 다리가 울긋불긋 물들더니 사람의 손과 발로 변하였어요.


인간의 손과 발을 얻게 된 소금씨는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밭에서 따 온 싱싱한 가지와 깻잎을 씻어냈어요. 밥이 되는 동안, 엘리가 먹기 좋도록 잘게 썰린 가지무침과 고소하고 바삭한 깻잎 전을 구워냈어요. 밥상에 밥 한 공기, 가지무침, 깻잎 전 그리고 물을 얹어 엘리 방으로 가져다 놓았어요. 그리고 소금씨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어요. 젤리를 먹고 한 시간이 지날 즈음 소금씨의 손과 발은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그제야 소금씨는 네 발로 기어서 엘리가 잠든 방에 들어섰어요. 그리곤 엘리를 깨웠죠.


"할머니, 어디 갔었어?"

"글쎄."

"우와 밥이다!"

엘리가 허겁지겁 밥 먹는 모습을 보며 소금씨는 작은 얼굴에 큰 눈이 사라지도록 활짝 웃었어요.

"천천히 먹어, 엘리."



그날 밤 소금씨는 긴 꿈을 꿨어요. 꿈에는 그가 나타났어요. 소금씨는 그의 뒷모습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등을 보인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어요. 어디론가 말이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