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이미 와버렸어요.
소금씨는 내일이면 지난날이라 부르게 될 오늘을
잘 살아가려 마음 먹어요. 그렇게 무거웠던 마음을 비우고 시선을 옮겨 시계를 바라보았어요. 엘리의 등원 시간은 9시까지인데, 시침은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답니다.
“오, 엘리 맙소사!”
소금씨는 솜뭉치 같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어요. 그리고 다급하게 시간을 계산해 보았어요. 엘리가 다니는 유치원은 걸어서 15분 거리예요. 지금 나가도 충분히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엘리의 아침을 건너뛰어야만 했어요. 이를 어떡하죠. 엘리는 누구보다 밥을 좋아하거든요.
소금씨는 항상 엘리보다 먼저 깨어서 손, 발 모양 젤리를 먹고 엘리의 등원 준비를 해왔어요. 하지만 오늘은 늦잠을 자버렸지 뭐예요. 어떡할지 고민하다가 소금씨는 큰 결심을 하게 돼요.
“엘리, 오늘 하루만 아침 거르고 유치원 가는 건 어때?”
“할머니, 내 인생에서 아침 거르는 날은 없어!”
“그럼 할머니가 빨리 요리해 줄 테니 잠깐 방에 들어가 있으렴.”
엘리는 손으로 입을 가렸어요. 잠시 후, 손가락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어요. 까르르.
“할머니, 달력에 체크된 날짜 봐 봐.”
"달력은 왜?"
달력을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었어요. 아차, 그렇다면 소금씨가 이렇게 허겁지겁 준비할 필요가 없겠군요.
“엘리, 너!”
소금씨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엘리를 노려보았지만 그 표정을 보고 엘리는 더 방긋 웃기 시작했어요. 엘리가 보기에도 소금씨의 큰 눈이 찌푸려지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나 봐요.
“할머니, 귀여워요.”
“엘리, 어른한테 그런 말 하면 못써!”
“할머니, 아무리 어른이어도 귀여우면 귀엽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해요.”
소금씨도 엘리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귀여운 세상을 찾아 나서는 아이의 길을 막을 순 없으니까요.
"그래. 눈을 떠서 귀여운 세상을 잔뜩 보렴."
"귀여운 건 눈을 감아도 볼 수 있어. 눈을 뜨면 눈앞에 귀여움을 볼 수 있고, 눈을 감으면 내가 원하는 귀여움을 볼 수 있어!"
소금씨는 엘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엘리의 말은 항상 소금씨를 뭉클하게 만들어요. 소금씨가 가진 오랜 그리움에 입 맞추고 사라지는 듯한 말들이거든요. 소금씨가 그리워하는 그 시간들이 인간에겐 턱없이 짧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소금씨에겐 아주 길고 두꺼운 목도리 같은 기억들이에요. 따뜻하지만 갑갑한, 그러나 없다면 허전한 그런 시간들 말이에요.
소금씨가 아침을 할 동안 엘리는 방안에서 꿈쩍없이 기다려야만 했어요.
“할머니, 도와줄까요?”
“가만있는 게 돕는 거야, 엘리, 방에서 절대 나오지 마.”
소금씨의 말에 속이 상한 엘리는 다시 요에 누워 이불을 푹 덮어썼어요. 이것이 엘리가 소금씨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거든요.
오늘 소금씨는 고등어를 굽기 시작했어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소금씨에겐 예외랍니다. 아무리 고등어가 눈앞에 있어도 자신의 것으로 보지 않아요. 맛있는 건 누가 뭐래도 엘리의 것이니까요.
아침을 다 먹고 엘리는 마당으로 나가서 콩 콩 콩 뛰기 시작했어요. 고등어를 먹어서 신난 모양이에요.
“할머니, 나 궁금한 게 생겼어!”
소금씨는 엘리의 말을 듣고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어요. 급기야 침이 마르기까지 했답니다.
“말해 봐, 엘리.”
“우리 집은 왜 대문이 없어?”
소금씨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기 시작했어요.
“그건 말이야…”